제56화 용사는 현왕에게 말을 걸었다
「잘 와주었네. 환영하지.」
마법대국 스발린.
그 중앙에 위치한 왕성의 별채에, 현왕 메그레즈가 사는 집이 있다.
그곳이야말로 여행의 첫 목적지이며, 용사가 마신왕과 패왕이라는 정상에 다가가기 위해 방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 집의 주인이며, 살아있는 전설의 엘프, 현왕 메그레즈는 200년 전의 전쟁 후유증으로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확실한 강력한 힘이 있었다.
거실로 안내된 세이는, 단순하기는 하지만 실력 있는 연금술사가 만든 듯한 의자에 앉도록 재촉 받았다.
전설을 앞에 두고, 모두가 긴장을 풀지 않으며 의자에 앉았고.
검성만은 어째서인지 바닥에 엎드려 둥글게 말았다.
예의 따위는 모른다. 유아독존, 변덕이 심한 고양이과의 모습이다.
세이와 크루스는 그 자유로운 모습에 어쩔 줄 몰랐으나, 다행히도 관대한 메그레즈는 쾌활하게 웃었다.
「아아, 상관없네. 편안하게 있어주게.
너희들도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현왕이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나는 이미 관력에서 물러난 몸이니까.」
상대에 따라서는 불경으로 그 자리에서 끌려가도 모를 뻔뻔한 호랑이였지만, 메그레즈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영웅은 혼자라는 건가. 이상한 사람들은 많이 봐온 듯하지만.
오히려 7영웅이야말로 이상한 사람들의 모임이었으니, 호랑이 정도는 귀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 그럼, 너희들이 나를 찾아온 것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지?」
「네. 여기 있는 이세계의 용사, 세이 공을 1000레벨의 정상으로 도달시킬 방법을 찾아온 것입니다. 일찍이 한 번 그 영역에 이르셨던 현왕님이시라면 그 방법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메그레즈의 물음에 크루스가 답한다.
그 목소리에는 아직 긴장이 묻어 나왔는데, 아마 같은 엘프라는 것도 신경 쓰고 있는 것이려나.
「흠, 확실히 우리는 한 번 그 경지에 이르렀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200년 전에는 상당수가 그 영역에 도달했었지……지금 생각해보면 인류의 황금기였다.
역사상, 그렇게까지 인류 전체의 힘이 강했던 적은 없었다.」
「그 비법을 다시 한 번, 용사를 위해 알려주십시오.」
「비법인가……왜 그런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그들이 한 번 1000레벨에 이렀던 방법. 그것을 크루스는『 비법 』이라고 불렀다.
딱히 그런 무언가를 메그레즈가 썼다는 얘기는 없다.
억측을 하고 있는 셈이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석이 아니라 치트 쓴 거지? 』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그는 가지고 있었고, 세이도 이견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것 하나 없으면, 1000레벨 같은 건 도저히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 세계에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단순한데,『 다른 생물을 죽이다 』라는 것이다.
과거 메그레즈가 쓴 책에 따르면, 생물이라는 것은 다량이나 소량의 마나를 체내에 가지고 있다고 하며.
그리고 생물의 변이 또한 마나가 일으키는 것이며, 강한 개체는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마나를 많이 보유한 생물을 죽이는 것으로 마나를 빼앗아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업그레이드 』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이다.
즉, 본질적으로 따지자면 변이와 향상은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단지 생물로서 특별한 취급이 될지, 평범하게 강한지의 차이일 뿐, 메그레즈 본인은 책의 마지막에『 레벨업을 반복한 사람이 축적한 마나의 일부는 차세대에 이어져, 그것을 거듭한 끝에 있는 것이야말로 변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라고 마무리했다.
그래서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싸움을 반복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물이나 마신족을 죽일 것이라면, 싫어도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도리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하나의 큰 문제가 있다.
「평범하게 성장하는 것으로는 경험치[마나의 절대량]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보유한 최대 마나를 늘리면 되지만, 다음 레벨에 도달하기 위한 마나의 양이 일정하지 않다.
예를 들자면, 하나의 마물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레벨이 2가 된다.
라고는 하지만, 10레벨의 사람이 11레벨이 되려면 같은 마물을 수십 마리 정도를 쓰러뜨려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그래프로 보면, 레벨이 상승할 때마다 비율이 상승하고 세 자릿수를 넘는다면, 어이없는 양의 마나가 필요하다고 한다.
200년 전. 루파스가 대두되기 이전에, 세계 최강을 강조하던 흡혈공주 베네트나쉬는 100여 년의 세월에 걸쳐, 대륙 하나를 제패하며 그곳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였고, 문자 그대로 시체의 산을 쌓아올렸다.
마물을 죽이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면, 그녀 이상으로 그것을 충실히 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흡혈귀의 장수(長壽), 절대적인 힘. 그것이 합쳐져 처음으로 가능하게 되었던 대륙 전체의 마물 근절.
이지만 그녀조차, 당시 레벨은 600. 1000이라는 정상에는 아득히 먼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하나의 대륙을 정복했으면 됐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다음 레벨에 필요한 마나의 양을 급격하게 증가하며, 아마 같은 대륙을 하나 더 정복했다 해도 그녀는 700레벨조차 무리였을 것이다.
『 1000레벨 』은 신이 만들어낸 생물의 한계치이며, 신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입구.
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며,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만약 그곳을 정석으로 이른다고 한다면ㅡ 그것이야말로, 미드가르드에 사는 자신 이외의 모든 생물을 죽여야 될 것이다.
그 루파스와 마신왕의 싸움을 보면 일목요연하다. 1000레벨은 이미 생물의 경지를 벗어난, 짧은 시간에 세계 모든 것을 부술 수 있는 초월자의 경지이다.
짧은 시간에 세계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세계 모든 것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업은 지금의 루파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 마물이란 건 무한 리벤 되는 거니까 사냥하면 되잖아 』라는 것은 게임이니까 가능한 것이지, 이 세계에서 그런 방법은 계속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200년 전에는 그 불가능한 것이 가능했었으며.
짧은 시간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조차, 1000레벨의 세계에 진입했다.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정석이라고는 말이 안 된다.
「무언가 있을 겁니다. 신께서 내려주신 샛길이.
우리들 인류가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기는 하다만, 그전에 내가 한 가지 질문을 하지.
너희들은 이 세계를 창세한 여신을 어떻게 생각하나?」
메그레즈가 조용하게, 하지만 눈동자를 날카롭게 뜨며 묻는다.
이 질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곧바로 알아채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가까스로 세이만이 몇 초가 지난 후에야, 메그레즈의 진의(眞意)를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알아챈 것은, 그가 자신들에게 골렘을 보낸 이유이다.
(……그런 거였나……이 사람은……)
세이의 표정이 달라진 것을 메그레즈도 깨달았다.
입으로는 말하지 않고, 속으로 이세계의 소년에 대한 평가를 살짝 매겼다.
「무, 물론 위대한 창세신이며, 우리들 모두의 어머니입니다.
절대적인 정의의 상징……이 세계의 법이며, 섭리입니다.」
「흐음, 모범적인 아크라이트의 답변이다.
잘 알았다, 너희들에겐ㅡ 굳이 여기서 네가 말한 비법이라는 것을.
말해줄 수 없다.」
「읏!? 왜, 왭니까!」
「모르니까. 과거의……그때의 나와 같으니까.」
메그레즈의 어조는 상냥하며 온화한 그대로였지만.
칼날을 연상시키는 그 지적이고 날카로운 눈은 더 이상 해줄 말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설마 했던 영웅들의 협력 거부. 그리고 크루스가 절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간츠의 표정 또한 굳어졌다.
그리고 프리드리히는 상관없다는 듯이 하품을 했다.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호랑아.
「그, 그런.」
「하지만, 거기 너……세이 군이었던가.
너와는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싶군, 미안한데 그 외는 나가주었으면 한다만?」
만약 여기서『 전부 나가 』라고 했다면, 그들도 조금 더 버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라고는 하지만, 남는 것이 허용된다는 희망이 크루스의 말을 막았고.
아직 완전히 현왕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 아니기에, 오히여 여기서 섣불리 불명해서 비위를 건드린다면, 그야말로 전부 쫓아낼 가능성도 있다.
잠깐 동안 생각을 하며……크루스는 세이를 보며『 부탁합니다 』라는 시선을 보냈다.
「알겠습니다……저희는 퇴실하겠습니다. 갑시다, 모두들.」
무엇이 안 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결과만을 보자면 자신들은 현왕이 보기엔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세이 이외가 떨떠름하게 퇴실하고, 마지막으로 부단장이 호랑이를 끌고 방을 나갔으며.
방에 남은 사람은 세이와 메그레즈 뿐이었다.
「그럼, 세이 군……지금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하지.
너는 여신을 어떻게 생각하지?」
「……잘 모르겠네요. 그 질문에 대답하기에 저는 세계를 잘 모릅니다.
다만, 꽤나 역겹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에 사는 사람이 보기엔 있을 수 없는, 불경한 창세신에 대한 이미지.
그것은 그가 이세계에서 온 이방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메그레즈도 흥미로운 듯이 눈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여행을 시작했을 때, 마신왕이 말했습니다.
200년 전의 부자연스러운 7영웅과 루파스의 싸움에는 여신의 의지가 개입했다고.
물론, 마신왕의 말을 전부 믿는 건 아닙니다만……부자연스럽다, 라는 것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듣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것입니다. 200년 전의 전쟁은 정말로 당신의 본심으로 했던 행동이었는지에 대한 것을.」
「마신왕과 조우했다라……잘도 무사했구나.」
「저희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메그레즈는 흐음, 하며 생각하는지 팔짱을 꼈다.
듣고 보니 짚이는 점이 있는가 보다.
안색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와서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200년 전에 나는 친구를 배반했고,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확실히 짧은 생각이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결과적으로 루파스라는 최대의 위협이 없어진 마신족이 대두되면서 지금의 세계가 됐으니.
그렇지만……자신이 한 일을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200년 전의 나는 루파스를 두려워해 그녀와 절교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본심에서 나온 행동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유도된 결과인지……스스로가 판단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의식은 분명하게 있었고, 누군가에게 조종된다는 감각은 없었으니.」
하지만이라며 메그레즈는 말을 이었다.
그 얼굴은 고뇌에 찼으며, 자신의 죄와 마주하는 것을 강요당하는 죄인 같았다.
「생각해보면, 분명 그때는 모두의 모습이 이상했다.
미자르, 알리오스, 페크다, 두베, 메라크……누구나 루파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선망, 질투, 공포, 경쟁심……부정적인 감정을 각자 품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현저하게 지나쳤었다. 마치 증폭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으로 넘쳤던 것 같다. 곁에서 봤었으니까, 혹은 나 자신도 그랬을지도 모르지.
……베네트나쉬만은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었지만.」
기억의 조작, 감정의 증폭, 혹은 의식의 조작인가.
어쨌든 본인조차 알지 못하게 그것을 행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세이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고.
아마 그들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미드가르드에 사는 모든 생명이 여신에 생각해도 움직이고 있다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상하다.
스탯이라는 것이 있고, 레벨이라는 한계값이 있으며, 마물이 있고 마신족이 있고, 인류가 시달리고 있는데 여신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그런데 아무도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게다가 마신족이 아직도 인류를 멸하지 않은 것도 한몫하고 있다.
만약 마신족이 진심이었다면 인류는 이미 멸망했을 것이다.
적어도 마신왕에게는 그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인류를 멸하는 일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인류의 레벨에 맞추듯이 전체적으로 레벨이 낮아지고 있다.
옛날에는 1000레벨이 넘쳤다며? 그것과 붙을 정도로 마물이나 마신족도 강했었나?.
헌데, 왜 그것이 지금은 없지.
인류에게 맞춰, 120레벨의 검성에게 걷어찰 정도로 약해졌나.
이야기로 들은 마신족 7요조차 그 레벨은 300……확실히 질이 떨어지긴 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듯이, 인류가 시달리면서도 멸망은 하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조절되고 있다.
그것이 세이가 생각하고 있는, 이 세계의 정세에 대한 이미지였다.
「현왕님, 당신의 입으로 듣고 싶습니다. 루파스·마팔은……적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당신은 우리들에게 골렘을 붙였고, 만일 우리가 어떠한 실수로 그녀를 몰아내려 할 때,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실력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신이 개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네 말대로다. 나는 이제 그녀를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때도 그랬다. 방법은 잘못됐지만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우리의 동료를……동료였는데…….」
「현왕님.」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메그레즈에게, 세이는 몸을 내밀고 말을 했다.
자신이 이 세계에 불린 이유는 루파스와 마신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역할은 이제 할 생각이 없다고.
적어도 그건……루파스를 쓰러뜨리는 것은 자신의 목을 조를 뿐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을 것이다.
찾아야 할 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저와 함께 싸워주세요. 저는 아직 약합니다, 이 세계의 일조차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싸울 각도조차 없지만…….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해진 목표가 아닌, 그것을 강요하는 누군가를 그만두게 하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싸워야 할 적은 따로 있다.
총구를 들이댈 상대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 자신들이 싸워야 할 것은ㅡ 루파스·마팔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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