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칼키노스의 카운터
이거 또 뭔가 이상한 물건이 만들어졌네.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손안에 있는 황금사과를 여러 각도에서 관찰했다.
마나를 모아 고형물(固形物)이 되는 것은 그다지 드문 형상은 아니며, 실제로도 토속성이나 금속성 같은 것에서도 만들 수 있으니.
그런데 사과를 만드는 마법은 들은 적이 없고, 우선 말해두지만 천익족인 나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사과를 만드는 마법이라니.
「디나, 이게 뭔지 알고 있나?」
「………….」
「디나?」
「에, 에ㅡ 그러니까요. 그건 아마『 금단의 열매 』일 거예요.」
디나에게 물었더니 좀처럼 보기 힘든 당황한 모습으로 묘한 이름을 말했다.
금단의 열매라니 그건가? 아담과 이브가 먹고 낙원에서 쫓겨났다는 그거.
그럼 이거 먹으면 똑똑해지는 건가?
돌려서 물어보고 자세히 들어두는 편이 좋겠네.
「지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인가? 여의 지식에는 없는 물건이다만.」
「뭐, 지력이 오른다고 하자면 오르긴 하는데요……도핑계 아이템이 아니라.
어느 쪽이냐면 경험치 아이템이에요.」
「호오?」
「에ㅡ, 그러니까요……지금, 루파스님도 깨달으셨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 세계는 게임 세계와 달리 전투에 참가해도 쓰러뜨린 적의 마나를 흡수할 수 없어요. 전부 쓰러뜨린 본인에게 모이게 되니까요.
덧붙여서 그 흡수 효율은 정말 나쁜데. 상대가 보유하고 있는 최대 마나의 1할 정도밖에 흡수가 되지 않아요.」
「그것이 이 200년 동안 부자연스럽게 평균 레벨이 낮아진 이유인가.」
원래 있던 강자가 전부 죽었다.
게다가 거기에 또 한 가지“애당초 레벨업하기 힘들다”라는 조건이 있었다.
라는 건데, 이거 진작 눈치챘을 법했는데 말야.
적어도 왕묘를 공략했을 때 같이 있었던 녀석들의 레벨이 전혀 오르지 않았던 시점에서 의문을 제기했어야 했지만.
나의 말에 디나는 부정을 되돌려주었다.
「아뇨, 그건 원래부터 그랬어요. 이 200년 돌안 갑자기 세계의 시스템이 바뀐 게 아녜요.
예전부터, 마나는 적을 쓰러뜨린 본인밖에 얻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 세계는 애당초 몇 명밖에 1000레벨이라는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상한 건 200년 전이라구요.」
「즉, 평균 레벨을 말하자면 오히려 지금이 정상이라는 것이냐?」
「네. 200년 전……『 그때 』까지는 인류의 평균 레벨은 지금과 그렇게 다르지도 않았어요.
제가 조사해서 들은 얘기입니다만, 100레벨이 넘는 것조차 전 인류 중 열 명이라면 대단한 거다, 라고 들었습니다.」
「그때?」
「루파스·마팔의 대두(擡頭)……즉, 당신의 등장하기 이전까지라는 얘기에요.
그 황금사과는 본래 사라질 마나를 남김없이 모은 것이며, 본래의 마나를 흡수하는 것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마나[경험치]를 주는 거예요.
제 생각에는, 당신은 그것을 이용하여 인류의 레벨을 단숨에 끌어올렸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 거였나.
즉 나는 또 근본부터 착각을 했다.
이 200년 동안 부자연스럽게 레벨이 낮아졌다, 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고, 200년 전에는 인위적으로 레벨이 비상식적으로 상승한 것이며.
또한 그 원인은 바로 나 자신, 그렇기에 내가 없어진 이후 평균 레벨로 돌아갔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금단의 열매인가. 그다지 좋은 명칭은 아니네.
「전설에 의하면“과거 세계에는 마나가 없는 하늘에 가까운 산, 바나헤임에 하늘의 백성이 내려왔다.
그들은 세계를 바라보며 세계의 부정을 규합하는 역할을 맡았고.
부정(마나)를 모은 것이 금단의 황금사과이며.
한때 누군가가 호기심에 자의로 금단의 열매를 먹었고, 그 자는 몸에 마를 품고 바나헤임에서 추방되어 사람이 됐다”…….」
「? 무엇이냐 그건.」
「이 세계에 전해지는 신화에요. 이야기만 들어보면 이상하지만, 그저 평범한 전설이 아니란 거예요.」
라고 말하며, 디나는 내 손안에 있는 사과를 가리켰다.
아ㅡ, 응. 그렇네. 실물이 여기 있잖아.
「본래라면 도달할 수 없는 레벨로 사람을 끌어올려 주는 그 사과가 바로 금단의 열매란 거예요.
여신님으로서는 짜증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죠.
하물며 그것을 사용해 7영웅을 비롯한 초월자를 양산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었으니.」
「……흐음.」
나는 손안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게임 지식이라는 것도 대체로 도움이 되지 않게 됐다는 기분이 든다.
아니, 게임과 현실에서 이미 차이가 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소 도움이 되는 지식이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 지식, 정작 중요한 때에 전혀 도움이 안 되네.
그런 그렇고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빗나가는 것이 되고 있는데, 나의 인식을 실수라고 유도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상태라면 다른 것도 실수가 섞일 게 뻔하다.
적어도……과금을 한다면 스탯이 상승하는 음료 같은 물건이 게임에선 구할 수 있었지만, 이쪽에는 그런 것이 없을 것이다.
「일단 독 같은 건 아니란 거고?」
「마나 덩어리라니까요. 차세대 아이의 날개가 새까맣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백익지상주의인 천익족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무서운 맹독이에요.」
아무래도 먹어도 병이 걸리거나 하는 독극물은 아닌 것 같다.
근데 백익파에게는 독성이라.
버고는 어떨까. 그녀의 날개는 훌륭한 순백이며, 색에 집착이 없는 내가 봐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백익파의 상징이라고 봐도 무방할 놀라운 흰색이다.
다행히도 먹어도 본인의 날개가 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차세대의 이야기지만 먹이기에는 조금 그렇네.
루파스의 과거를 짧게 봤지만, 지금의 나를 보면 루파스 같은 아이를 늘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손에 든 사과를 버고에게 주지 않고 외투 속으로 넣었다.
일단은 보류다.
버고라면 자신의 아이가 불가피하게 학대받는 검은 날개가 되는 것은 싫어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레벨을 올리고 싶은 것은 진심이지만, 그 때문에 그녀의 앞길을 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캡쳐!」
살아남은 전갈 마물들을 포착해서 포획한다.
이로써 내가 그들의 주축이 되었으며, 동시에 나의 명령에 충실한 부하로 바뀌었다.
지능이 높은 놈이라면 따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갈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본능만 있을 뿐인 살육 몬스터이며. 포획만 하면 명령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게 충실한 마물들을 디나가 엑스 게이트로 탑으로 전송한 대신 아까 집어삼켰던 골렘들을 되돌려놓았다.
이걸로 남은 건 스콜피우스 뿐.
나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이쪽을 응시하는 스콜피우스의 앞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이구나 스콜피웃. 여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느냐?」
「루파스……님…….」
지금 나는 메그레즈가 준 의상으로 가볍게 변장을 하고 있지만.
그다지 얼굴을 감춘 것도 아니고, 더불어 그만큼의 큰 활약을 보여줬으니 나의 정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스콜피우스는 감정이 없어진 듯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며, 이윽고 그 보랏빛 입술로 유혹하듯 빨간 혀가 순간적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잊지 않았다구요ㅡ. 하루, 한시간, 일분, 일초도 당신의 얼굴을 잊은 적이 없어요.
당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소녀는 계속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구요.
소녀는ㅡ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
스콜피우스가 외치며, 동시에 나를 향해 꼬리처럼 묶은 머리를 휘날려왔다.
설마 했던 공격에 허를 찌르는 형태가 되었지만 나는 순식간에 상반신을 비틀어 꼬리 공격을 회피했다.
「무슨 짓이냐 스콜피우스.」
「후훗, 후후훗……소녀는 그때 당신을 잃고 계속 뉘우쳐왔어요.
아아, 왜 그때 당신을 막지 못했을까.
왜, 위험한 전쟁터로 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까.
소녀는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뉘우치고 있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스콜피우스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눈을 부릅뜨고, 마치 흥분한 창녀 같은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만약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소녀가, 소녀만이! 이 스콜피우스만이 지키겠다고!
잡아 묶어 가두고 구속하고 끌어안고 보관하고 보호하고 나 이외의 누구에게도 언급되지 않도록! 훼손되지 않도록!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눈치채지 못하게 보지 못하게 느끼지 못하게 시야에도 들지 못하게, 소녀가, 소녀만이 곁에 있을 거라고! 그래요, 그게 가장 좋은 거예요, 그치만 그렇죠? 세계의 진귀한 보물인 당신을 다른 미천한 자들과 같은 자리에 서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였어요. 쓰레기 같은 시선으로 당신을 본다고 생각만하면 기분이 더러워죽겠어요! 말을 걸다니 용서할 수 없어, 당신을 애타게 그린 자신을 생각하면 몇 만 번을 죽여도 만족스럽지 않아, 매도하는 오물들의 존재 따위는 용서할 수 없어. 그러니까 소녀가 당신의 적을 모조리 죽이고 소녀가 당신의 모든 것을 지켜드리겠어요! 괜찮아요 사랑하는 루파스님, 처음은 불편하겠지만 필요한 건 전부 소녀가 해드릴 테니 당신을 움직일 필요조차 없어요. 식사도 잠도 운동도 오락도 모든 것을 소녀가 관리하고 부양해드릴게요. 두 번 다신 빼앗기지 않아도 싸우지 않아도 돼요. 7영웅도 마신왕도 여신도 인류도 마물도 용(竜)도 용(龍)도 전부 죽여 없애드릴게요. 당신을 해칠 모든 것을 소녀가 없앨게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제발 소녀가 준비한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기다려주세요. 그러니 제발 당신의 미소를 소녀에게만ㅡ.」
………….
ㅡ뭐야 이거 엄청 무서운데.
아직도 계속해서 내뱉는 말에서 뭔가 나에 대한 사랑을 외치고 있는 스콜피우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는 디나를 바라보았다.
에? 뭐야? 스콜피우스 이런 녀석이었어?.
별로 나는 동성애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비생산적이라고는 보지만 사랑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근데……음, 이건 소름 끼친다.
디나도 창백해진 얼굴을 하며 빨리 쟤 좀 어떻게 해주세요 라는 시선으로 나를 재촉하고 있다.
버고는 넋이 나갔는지, 혼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고, 더 이상 스콜피우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ㅡ러니까……부디 소녀의 팔 안에!」
아, 일났다, 어느새 스콜피우스의 말이 끝나버렸어.
다시 날아오는 꼬리처럼 묶은 머리(이젠 꼬리라고 해도 되잖아)를 피하자 즉각 두 번째 공격이 날아왔다.
뭔가 스콜피우스의 머리가 늘어나, 복수의 꼬리가 일제히 날아오는 것 같은데.
잠ㄲ, 그 머리 대체 뭐야?.
「꿰어라!」
나만 있다면 회피하기는 쉽다. 아니, 피하기는커녕 꼬리를 무시한 채 단숨에 접근하는 것도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버고와 디나 그리고 칼키노스가 있다.
칼키노스는 단단하니 놔둬도 문제없겠지만 디나와 특히 버고는 위험하다.
나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도약해 꼬리를 전부 피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고. 이어서 세 번째 공격이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아쿠벤스!」
갑자기 공격에 나선 칼키노스가 스콜피우스를 던져버린 일로, 그녀의 공격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지상을 내려다보니 칼키노스는 어느새 외날 가위를 양손에 장비했고 쓰러진 스콜피우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HAHAHAHA, YOU는 여전히 CRAZY 같아 안심입니다!
하지만 스콜피우스, 아무리 YOU라도 조디악의 방패인 ME를 앞에 두고 루파스님에 대한 공격은 정말 용서할 수 없어요!
Stand up! 주인에게 공격을 한 그 일그러진 마음으로 인해 생긴 집착, ME가 싸워드리겠습니다!」
「칼키노스으으ㅡ……『 게 』주제에『 전갈 』인 소녀를 방해하지 마세요오오ㅡ!」
스콜피우스는 일어서서 양손에 마나를 집약시켰다.
마나가 굳어져 완성된 무기는 검은색.
칼키노스의 무기도 가위인데, 기이하게도 같은 무기들의 대결이라는 건가.
스콜피우스는 땅을 박치 돌진하여 칼키노스의 목에 가위를 대었다.
피하려고도 하지 않은 칼키노스를 보며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었고, 버고는 눈을 돌렸다.
하지만ㅡ 베이지 않았으며 조금의 움직임조차 있지 않았다.
「……!」
「쯧쯧쯧, 200년 동안, 만나기 이전의 ME의 단단함을 잊으셨나요?」
여유의 미소를 띠며 칼키노스가 스콜피우스을 걷어찼다.
물론 그냥 걷어찬 것이 아니다. 스콜피우스의 공격력을 추가한 카운터 어택이다.
지면을 나뒹구는 스콜피우스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얼레? 칼키노스, 멍청한 줄 알았는데 강하네?.
'b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66화 루파스의 메가톤 킥 (0) | 2023.08.03 |
---|---|
제65화 어라? 루파스의 모습이…… (0) | 2023.08.03 |
제63화 검성은 도망쳤다 (0) | 2023.08.03 |
제62화 양산형 리브라의 대폭발 (0) | 2023.08.03 |
제61화 아이고케로스는 커졌다 (0) | 2023.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