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검성은 도망쳤다
메그레즈에게서 들은 말을 되새기며 세이는 세차게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골 때린다. 아니 이미 골 때리고 있었다.
애당초 세이는 루파스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쓰러뜨리기보단 손을 잡고 앞으로의 길을 찾고 싶었지만.
만약 이것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패배가 확정된 싸움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루파스나 마신왕과 싸우기 위해선 레벨을 1000까지 올리는 비법『 황금사과 』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루파스뿐.
『 당신을 쓰러뜨리고 싶으니 협조해주세요 』라고 말하면 들어줄 리가 있겠나.
다시금 자신이 선택하고 있는 길이 옳다고 강하게 믿었다.
역시 루파스를 적대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그녀뿐인가요?」
「그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겠지. 라고는 해도 나도 신화시대에 살았던 것은 아니라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나의 추측이다만 듣겠는가?」
「부디.」
세이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메그레즈도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책을 펼치고 입을 열었다.
「그것부터지. 먼저 신화시대에 살았던 마지막 천익족들은 부정(마나)를 모아 황금사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힘을 루파스가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만, 문제는 어째서 그런 일이 생겼냐는 것인데.
황금사과를 먹은 죄인은 추방되고 남아있던 천익족들고 그 힘을 박탈당했으니,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남아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인지 결과만을 보면 그 힘은 후세에도 남아 있었다.
아마도 여신의 눈을 피한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게다가……성격이 나빴던 그 자는 금단의 열매마저 떠들어댔었다.」
생각해보게, 라며 중얼거린 메그레즈는 말을 이었다.
「그 자의 아이가 다행스럽게도 하얀 날개를 가졌었다.
그리고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자는 자신의 죄를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죄는 발각되었고 그 자의 후손은 몇 세대를 거친 뒤에는 격세유전을 일으키면서 더욱이 잃어버린 마나를 모으는 힘까지 가지고 태어나고 말았다.
그녀의 검을 날개는 분명 그것이 원인이며, 때문에 칠흑의 날개를 금기로 하여 싫어했다.
당연한 이치지. 검은 날개는 곧 죄의 증거. 금단의 열매를 먹었다는 죄의 각인이다.」
「그게……루파스·마팔.」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모든 건 나의 상상이지만.」
세이는 흐음, 하며 생각한다.
역시 이건 일리가 있게 들린다.
증거가 부족하기에 이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하나의 가설로 남겨둘 가치는 충분하며.
적어도 아무런 의미도 없이 갑자기 검은 날개로 태어나 무서운 힘을 가진 것보다는 나은 편이다.
「아무튼 루파스가 황금사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들 그리고 루파스 자신도 평소보다 많은 마나를 흡수하는 일로 비약적으로 강해졌으니까.」
「저기, 걀라르호른의 천공왕은 천익족이잖아요? 마나 덩어리를 먹고 무사했습니까?」
「『 추방자 』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걸로 눈치챘을 거라 생각한다만, 실은 천익족은 그 열매를 먹어도 그렇게 아프진 않아.
마나를 싫어하는 건 아마도 여신의 정신유도가 원인일 거고.
태초에 지은 죄를 잠재의식에 박아 넣었기 때문에 마나에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힌다는 거다.
……그들이 날개의 색에 매달리는 것도 분명, 잠재적으로 심어진 죄의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
거기까지 말하고 메그레즈는 책을 덮었다.
모든 것은 억측이며 증거는 없지만.
상황을 전부 조합하니, 그 밖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 여기까지 들어보니 어떤가?
내가 왜 너의 동료를 멀리한 것인지는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확실히……이런 건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충격이 너무 커요.」
강하지는 방법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 그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루파스뿐이며 게다가 그 사과는 죄의 상징 같은 것이기에 절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크루스는 절대로 무리.
그는 여신에게 강력하게 신앙을 바치는 아크라이트이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말해야 한다. 그리고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된다.
말해야 할 시점은 네게 맡기겠지만, 언제가 되었든 틀림없이 그들은 혼란스러워질 거야.
네가 선택한 것은 그런 험난한 길이다.」
「……윽!」
「차가운 시선으로 보며, 마치 미치광이인 것처럼 인식될 것이며.
어쩌면 배신자로 간주되어 검을 꺼내들지 모른다.
그런데도 진실에 도달하는 길을 택할 텐가?」
시험되고 있다는 걸 세이는 느꼈다.
현왕은 지금 세이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그 정도의 수준. 진실로 나아간들 도중에 무너질 뿐이기에.
자신을 믿게 만들어라, 너는 괜찮을 거라고 자신을 믿으라고 하며.
그렇게 말없이 세이의 각오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 메그레즈의 말에 세이는 변함없는 자신의 신념을 자신 있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꼼수를 쓸 수 없으며 그렇게 지혜롭지도 않으니까.
지금은 이 가슴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의만을 보여주고 싶다.
그것이 분명, 거짓 없는 자신의 답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제 아버지는 과거에 경찰관이셨습니다. 이 세계로 말하자면 기사단이 가장 가까우려나요?
뭐ㅡ, 악인의 죄를 조사하고 잡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흐음.」
「제게 아버지는 자랑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는 영웅이었고요.
하지만 아버지는 어느 날, 애먼 사람을 붙잡아버렸습니다.
물적 증거나 증언은 있었으나 그게 전부 거짓이었……지만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떠오르는 것은 아버지의, 그 후회하며 찌푸린 얼굴이다.
든든했던 아버지가 그날을 기점으로 야위어 간 것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는……사실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눈치를 채,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주위의 모두가 범인이 정해졌다는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었기에, 그것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결국……틀렸죠.」
「붙잡힌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자살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버렸습니다.」
메그레즈는 본 적이 없는 세이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오인으로 인한 포박. 그것은 이 세계에서도 흔한 것이었다.
이 미드가르드의 범죄율은 지구와는 차이가 있으며.
무기 소지가 허용되고 있는 이 세계에서의 범죄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망사건으로 발전한다.
때문에 신속한 포박은 필수적이며, 증거 같은 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많고.
그렇기에 우선『 의심 』이 먼저 들면 잡고 나서 증거를 모으는 것이 기본인 이 세계의 상식이다.
그래서 오인으로 인한 감옥행은 결코 드문 것이 아니며.
드물지 않다고 해서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아니고 익숙하니까 괜찮은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제게 여러 차례 충고를 하셨습니다.
남을 의심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짓은 하지 말라고.
비록 주위에서 뭐라 한들, 그래도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그런가.」
메그레즈는 자신의 과거를 되새기며 작은 한숨을 토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바른길을 택한다면 누구도 그렇게 하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끝의 결과를 모른 채, 고민 끝에 택한 길이 잘못되었다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ㅡ 만약 그때 200년 전 자신이 올바른 길을 택했다면…….
친구를 믿는다, 라는 단지 그것만을 생각했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세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루파스라면 정말로 여신마저도 없애고 진정한 자유를 쟁취했을지도 모른다.
「용사라.」
나는 겁쟁이였다. 루파스를 두려워하고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200년 전의 싸움이 있었던 것이지만.
이 소년은 미숙하면서도 가시밭길로 발을 디디는 결의를 보였다.
그 신념은 바람이며, 아버지의 억울함을 뒷받침한 허구의 용기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렇군……네가 선택된 이유를 잘 알 것 같다.
확실히 너는 이 미드가르드의『 용사 』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세이는 지금은 약하지만, 이야기 속의 용사처럼 적극적으로 마물에게 돌격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싸우지 않는 길 또한 찾고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정말 필요한 용기란 루파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이다.
주위나 세간의 차가운 시선, 의심의 눈길, 여신에 의한 사람들의 선동.
그런 것에 맞서, 더욱이 올바른 길은 찾는 사람.
적에게 도전하는 용기가 아닌, 적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 소질이었다.
그리고 이 소년은 확실히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네가 택한『 올바른 선택 』이란 건 루파스와 손을 맞잡는다는 건가?」
「아뇨.」
메그레즈의 물음에 세이는 다시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루파스와 손을 잡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하나,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다.
「그 결론을 내리기에 저는 아직 루파스·마팔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선 그녀를 만나긴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호. 미드가르드의 공포의 상징인『 흑익의 패왕 』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
루파스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이, 이 세계에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만.」
「그래도 혹시 다를지도 모르잖아요?」
「그래, 다르다. 그녀는 말도 통하고, 꽤나 느긋한 성격이다.
적에게는 용서가 없었지만, 적어도 너라면 상당한 무례를 하지 않는 이상은 갑자기 공격하는 일은 없겠지.」
「그럼, 결정됐네요.」
세이는 결의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메그레즈를 똑바로 보고 선언했다.
「저는 우선 그녀와 이야기를 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가야 할 길이 정해진다면 다시 이곳에 오겠습니다.」
「알았다. 그렇다면 그때가 된다면『 이것 』에 편지를 묶어 전해주길 바란다.」
메그레즈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구석에 있던 장식물……나무 새가 날아와 세이의 어깨에 앉았다.
「이건?」
「심심풀이로 만든 골렘이다. 그 녀석에게 편지를 건네주면 내가 있는 곳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저기요, 이거 어떻게 나는 겁니까? 이 무게는 날개로 날지 못하잖아요.」
하늘은 나는 골렘이라는 건 드물지만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패도 12성 중 하나인 천칭 리브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새는 그녀 같은 대규모 제트엔진을 장비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날개로 날자니 너무 무겁다.
세이는 골렘을 모르고 리브라를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어떠한 세공도 없이, 이 새 골렘이 날지 못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내가 만든『 마나기관 』……공기 중의 마나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작게 만들어 넣었다.
뭐ㅡ, 신세대형 골렘의 시제품이라고 봐도 괜찮겠지.
최종적으로는 마법을 사용하는 골렘을 실현할 것이다.」
심심풀이로 만들 정도의 물건은 아닌데요, 라며 골렘을 알지못하는 세이라도 알 수 있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이 정도의 물건을 주었다는 것은 즉,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호의적으로 해석한 세이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아, 감사합니다.」
「편지가 도착하면 내가 너를 엑스 게이트의 술로 소환하겠다. 괜찮나?」
「네. 여러 가지로 감사합니다.」
「괜찮다. 너와의 대화는 내게도 의미 있었으니.
너의 여행의 무사를 기원한다. 여신이 아닌 너의 아버지께.」
우선 올바른 길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기에 루파스를 만나 제대로 얘기를 해봐야 된다.
그 결의를 굳히며 세이는 현왕의 집을 나섰다.
솔직히 말해, 무섭다고는 생각하고 있다고 할까 그 패왕과 마신왕의 싸움은 세이에게 있어 가볍지 않은 트라우마였고.
루파스와 세이 일행들에게는 생물로서의 격이 달랐다.
루파스가 변덕스럽거나 혹은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이 일행들은 전멸할 것이다.
장난으로『 용사의 힘을 시험해주지! 』라고 말하며 본인으로는 논다는 수준의 펀치를 날린 것만으로도 세이는 고깃덩이가 되어버릴 것이며.
“상대는 죽일 생각은 없었다”. 라는 만큼 세이와 루파스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그래도 결정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길을 가자고.
그 뒤에, 루파스와 만난다고 단언한 세이에게 일행들이 놀라며 호랑이가 냅다 도망 치려 한 건……뭐ㅡ, 애교로 봐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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