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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루파스는 쿨쿨 자고 있다

526453613 ㅣ 2023. 6. 19. 16:54

제26화 루파스는 쿨쿨 자고 있다





「ㅡ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생각이지, 리브라.」

「무사히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문제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주인님.」

「많이 있다. 이 바보 녀석.」


리브라에게 옮겨져, 우리는 무사히 걀라르호른국ㅡ 기니까 걀라국으로 좋겠지ㅡ 걀라국에 도착했지만, 그 이동 방법에 문제가 굉장히 많았다.
그녀는 이동 스킬인 스카이제트로 우리를 옮겨주었지만 지금은 심야, 한밤중이다.
그런 시간대에 굉음을 내며 제트엔진으로 이동하다니.
그 소음으로 인해 자던 사람들이 일어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우리들은 다양한 민가에서 나온 주민들에게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아니, 정말로 밤늦게 죄송함다.


「안된다구, 리브라. 이런 시간에 그런 소리를 내면 자고 있던 사람들이 깨어 버린다구.」

「문제없습니다, 아리에스. 제가 분석한 결과 깨어나서 나온 분들의 전투 레벨은 모두의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저 혼자서도 대응 가능합니다.
그들이 깨어났다고 해서 주인님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리에스와 리브라의 대화에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어쩌지, 이 메이드 골렘, 타인에 대한 민폐라는 개념이 없다.
게임 때부터 전투만 시켰던 탓인지, 판단 기준이 전투력과 위협의 유무에 치우치고 말았다.
게임이라면 아무리 한밤중에 소음 내도 게임 내 일이고, 아무리 떠들어도 NPC가 나타나는 일도 없다.
그 때문인지, 민폐에 대한 경험이 마치 리브라에게는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저ㅡ, 당신들은 대체……?」


제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전성기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익족으로 이 정도 외모라면 아마 실제 연령은 1000에 가까운 노인일 것이다.
날개 색은 약간 희미한 회색으로, 빈말이라도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는 모습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쪽을 멀리서 보는 사람들 모두 날개의 색상이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예상한대로 나와 같은 검은색뿐만이 아니라 파랗거나 붉은색에 가까운 것도 있었다.
역시, 여기는 혼익파의 마을이 분명하다.


「아야야, 밤늦게 죄송합니다.
저는 자유상인인 디나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이쪽 동네에 들르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실수로 여러분을 깨웠네요.
폐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마찬가지로 자유상인 스팔이다. 미안하다. 폐를 끼쳐서.」

「에ㅡ,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자유상인 아리에스입니다.」

「세 분의 호위를 맡은 골렘, 코페르니쿠스 4세라고 합니다.」


천익족의 아저씨에게 자기소개를 하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런 때에도 이런 어조로 말하는 이 입이 조금 밉다.
그리고 리브라는 분위기를 읽은 건지, 읽지 못한 건지, 자기 마음대로 이상한 직책 설정을 넣으면서 태클을 걸어야 할 곳이 많아 보이는 가명을 썼다.
아니, 어쨌든 본명을 밝히는 것보단 낫지.
리브라는 아리에스와 달리 외모를 전혀 바꾸지 않았으니까, 이름을 밝히면 진짜 정체를 들킬 수도 있고.
암만 그래도, 코페르니쿠스는 진짜 아니다.


「오오오, 상인 분들이셨습니까.
이거, 참신하게 마을에 들어오는 방법이군요.」


아재요, 무리하게 칭찬 안 해도 됩니다.
몰상식하게 들어온 건 제대로 자각하고 있으니까, 댁은 화를 내도 좋다고.
하지만,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상냥하게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긴 여행으로 피곤하시지요. 저의 집은 여관을 하고 있습니다.
자, 괜찮으시다면 부디 들러주세요.」


아재의 상냥한 말에 무심코 나와 디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런 몰상식한 일을 저질렀는데, 화를 내기는커녕 웃는 얼굴로 여관을 안내해주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나는 기묘한 감동까지 느끼며 아재의 안내를 받아 마을의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은……이건 대리석인가.
아니, 여관뿐만 아니라 이 마을의 건축물은 전부 대리석으로 만든 모양이다.
독특한 광택에 아름다운 얼룩 무늬.
과연, 이 나라는 대리석을 이용한 건축을 하고 있나보다.
아마도 솜씨 좋은 연금술사가 있는 것이겠지.


「하룻밤에 얼마인가요??」

「방 하나에 25엘입니다.」


디나의 물음에 돌아온 금액은 매우 좋은 가격이었다.
25엘, 엔화로 환산하면 5000엔이라는 금액이다.
4명이서 하룻밤 자는데 5000엔이라니, 생각할수록 놀랄 만큼 싼 가격이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요금을 내고 방으로 안내받았다.


「이쪽의 방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안내된 실내 역시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조금 안정되지 않는 방이었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아닌듯하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고, 꽃병이 자연스러운 배치하고 있는 등, 360도 사방이 반짝거리는 것이 아닌 것에 감사한다.


「메라크와의 만남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밤은 그만 자자꾸나.
아리에스가 재미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어머머.」


오늘은 벌써 밤이 늦었다.
그런 시간에 굉음을 내며 날아온 내가 말하기도 뭣하지만 이제는 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골렘인 리브라, 언제 자는지도 모르는 디나, 그리고 철야로 게임을 하는 나는 몰라도 아리에스는 무척 졸린 듯하다.
그래도 나보다 먼저 잘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잡고 있는 것이 기특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별로, 나보다 먼저 자서는 안된다, 라는 폭군 같은 남편역을 자청할 생각은 없으니까 어서 자렴.


「그러면, 안녕히주무세요.」

「아아, 잘자렴.」



나와 디나는 이불에 기어 들어가, 눈을 감았다.
약간 딱딱한 이불이지만, 뭐 판타지 요소가 있는 세상이라면 이런 거겠지.
리브라는 잘 생각이 없는지 방구석에서 선 채로 있다.
골렘이라서 수면이 필요 없는 것일까.
무덤 방위로 190년간 계속 깨어있는 있었다고 했고.
뭐, 만약 졸리다면 마음대로 잘 테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기운에 몸을 맡기고 잠들어갔다.




*




ㅡ누군가가, 상냥함 따위 없는,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고함을 치고 있었다.
하얀 날개, 『 혈연상으로 아버지인 듯한 』남자가 어린 소녀를 앞에 두고, 분노의 찬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부모가 자식을 혼낸다. 이는 딱히 드문 일도 아니고 대부분의 인간이 겪는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이를 생각한 분노는 없었다.
단지, 그저 어디까지나, 자신 속에 있는 울분을 털어내는 듯한 이기적인 분노만이 그곳에 있었다.


「네년, 또 주변 아이들을 다치게 했구나!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남을 다치게 해선 안된다고!」

「그치만 아버지, 먼저 때린 건 저 녀석들이고, 게다가 몇몇은 돌을 던졌어요.
저는 그저, 제 몸을 지키려고…….」

「닥쳐라!」


격양된 소리가 울렸다.
그것이『 아버지 』라는 생물에서 비롯된 폭력임을 소녀는 이해하고 있었다.
언제나 있는 일.
이 남자는 항상, 아이의 얘기 따위는 듣지 않는다.
아버지로서 행동하는 척하며, 예의범절 흉내만 내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즉,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손이 올라가고, 아이를 생각하는 말 따위 입에서 절대로 나올 리가 없다는 것.
요점은 체면. 소녀가 잘못을 저지르면 자신의 평펀이 떨어지니까.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꾸짖는 척하며 바보처럼 분노에 차 꽥꽥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나는 네년을 그렇게 키운 적이 없다!
키우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냐!? 어!?」


남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소녀는『 그건 그렇지 』라며 내심 동의했다.
왜냐하면, 이 녀석에게 길러진 기억은 없다.
이 녀석에게 받은 것은 언제나 욕설과 폭력뿐이었다.
키우는 방법이 잘못됐냐고? 아아, 오히려 정답이지.
바르게 길러준 기억은 없으니까.


『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


어딘가의 철부지가, 분명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누군가가 흘려 말한 허울 좋은 말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 같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
원치 않게 생겨버렸으니까, 거추장스러우니까, 시끄러우니까.
그리고, 날개가 검으니까ㅡ.
단지 그것만으로도 사랑이란 건 아주 쉽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적어도 소녀는, 아버지라고 자처하는 이 오물에게서 사랑이란 것을 받은 기억이 없다.


「……거짓말쟁이.」


한마디 중얼거리며, 소녀는 그 자리를 달아났다.
더 이상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았고, 대화를 나누는 의미도 찾지 못했다.
남이다.
피가 섞인 만큼 다른 것이다.
그래서 슬프거나 괴롭지 않다.
볼에 떨어지는 이 물방울은 결코 눈물이 아니다.


달렸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렸다.
이 마을에 그녀가 돌아갈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금기인 흑익ㅡ 그저 날개가 검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되고, 소원되고, 구별되고, 차별된다.
특별히, 병을 퍼트리는 것도 아닌데도 돌에 맞고, 방어를 한다면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유일한 아군은 어머니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병약해서,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존재는 그녀의 유일한 구원이었다, 만약 어머니가 없었다면 진즉, 이런 마을을 빠져나왔을 것이다.


ㅡ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날개의 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째서.


그녀 이외에도 날개가 흰색이 아닌 천익족은 있었다.
빛이 들지 않는 장소에서, 그야말로 빈민가 같은 더러운 장소에서 같은 처지의 사람끼리 의지하며 살고 있다.
그곳에 가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집을 떠난다면, 그 아버지라는 생물이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폭력의 화살이 자신이 아닌 어머니에게 갈 것이다.


ㅡ어째서 세계는 이렇게나 불공평한 것일까. 왜 이렇게 자신들은 불행한 것일까.


신을 저주한다.
뭐가 위대한 창세신이라는 것이냐. 뭐가 자애의 여신이라는 것이냐.
정말로 자비가 넘치는 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세계는 불공평한 것들이 넘쳐나는 것인가.
의미 없는 기도.
손을 내밀어 주는 자는 아무도 없다.


ㅡ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


소녀는 어릴 때,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직 집에서 살며, 최소한의 식량을 받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이 이런 생활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강해지고 싶다고 바랬다.
세상의 불평등과 부당함을, 이 모든 것을 부숴버릴 정도로 강해지고 싶었다.
지금은 아직 약하고 미숙하지만 언젠가 반드시……어머니와 함께 이런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날 것이다.



검은 날개의 소녀ㅡ 루파스·마팔은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




「……뭐지, 지금 꿈은.」


나는 이마에 손을 대며 눈을 떴다.
묘한 꿈이었다……정말, 정말 묘한 꿈을 꾸었다.
아마, 루파스의 과거겠지.
적어도 내게는 전혀 기억에 없는 일이고, 그런 설정을 만든 적도 없다.
하지만 루파스가 게임이 아니라 이 세계를 살아왔다면 부모님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이 날개 때문에 박해당했다는 것도 쉽게 예상되는 부분이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루파스로 바뀌기 이전에는 진짜 루파스가 있었을 것이다.
이 몸이 본래 내 것이 아닌 이상, 진짜 루파스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이 몸을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나다.
루파스의 과거조차 모르는, 그저 플레이어일 뿐인 내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루파스는 어디로 간 거지?.
내가 온 것으로 인해 사라졌다는 건가.
아니면, 이 몸 안에서 자고 있는 걸까.
……어쩌면, 아직 아공간에 봉인되어 있고, 여기에 있는 나는 단순한 가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가짜라면, 이 몸에 깃들어 있는 루파스의 기억은 뭘까.
꿈으로만 봤을 터인 낯선 루파스의 아버지를……왜 이토록 분노를 느끼는 거지.
세상의 부조리, 억지에 왜 이렇게 나는 분노하고 있는 거지?.
이 거친 감정의 파도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루파스님? 심박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리브라인가.」


유일하게 잠들지 않은 리브라가 걱정하는 듯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겉보기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듯한데, 그럼에도 이상하게 나는 그녀의 사소한 감정의 흔들림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분명하게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를 경애하면서, 걱정해주고 있다.
이상하게도,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것처럼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걱정할 거 없다. 옛 꿈을 꾸었을 뿐이다.」

「옛날, 꿈입니까?」

「그래, 조금 기분 나쁜 꿈을 꾸었고, 계집아이처럼 눈을 떴다……그것뿐이다.
그대가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녀석들에게는 말하지 못하겠네.
내가 루파스가 아니라 단순한 가짜일지도 모른다……라는 걸.
……정말로,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