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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베누스의 나쁜음모

526453613 ㅣ 2023. 6. 23. 22:47

제31화 베누스의 나쁜음모





꽤나 묘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연금술로 리브라의 탄환과 무기를 만들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 나라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7영웅인 메라크와 만나, 그 내면이 나와 같은 플레이어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것만 끝난다면 빨리 떠날 생각이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내전이 코앞까지 왔는데 방치하면 자멸해버릴 것 같고.
자멸은 곤란하다. 뭐가 곤란하냐면 나라가 멸망하고 메라크가 당한다면 방벽을 잃은 인류는 더욱더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전의 원인의 반 정도가 내 탓, 이래서는 모른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컨대 200년 전의 나, 루파스를 쓰러뜨렸다는 것으로 원래부터 사이가 나빴던 백익파와 혼익파가 결정적으로 대립하였고 언제 싸움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그래, 이거 안되겠네.


여하튼 우선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족의 유피텔이란 것을 포획하라고 리브라에게 부탁은 했지만, 그전에 대책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쯤 되니, 역시 가장 먼저 생각이 드는 것은 메라크가 양쪽의 진영을 잘 잡아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게 가장 귀찮은 일인데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이 사태의 원인의 몇 할은 그 녀석이 물렀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 녀석을 부추길 수만 있다면 내전을 막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한 악인이고 덤으로 이 나라 사람들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얼굴을 완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당당하게 동상도 세워져 있으니까.
즉, 내가 그대로 당당히 찾아가는 것은 안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온몸을 로브로 두르자니 수상하고.
아무래도 역시 전에 떠올린 남장을 해야 할 것 같다.


옷은 연금술로 대강 만들고.
우선 머리를 목뒤로 묶고, 알 없는 안경을 쓴다.
검은 모자를 써서 조금 분위기를 바꾼다.
가슴은 붕대로 죄고, 흰색 셔츠를 껴입었다.
바지는 검은색으로 할까.
마지막으로는 항상 입던 붉은 외투를 입고 날개는 전에 썼던 스텔스 붕대로 가린다.


「으음……다음은 이 말투인가…….」


연성한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응, 그래. 본인 입으로도 말하기 그렇지만 본 모습이 초미소녀라 남장을 해도 뭔가 연약해 보인다.
남자 치곤 약간 얼굴이 이쁜지 않은가.
이렇게 가짜 수염을……아니, 이 얼굴에 수염은 오히려 어색하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스트라이더의 변장 스킬을 배워둘걸……일정 시간 동안 외모를 바꿀 수 있는 재밌는 스킬인데.
젠장, 과금 스킬에다가 외모를 바꾸는 것 밖에 못하는 쓰레기 스킬이어서 필요 없다고 무시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게다가 무엇보다 이 어조, 노력을 해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마치 무언가에 저항하듯, 완강하게 이 어조로 말이 나와버린다.
유감이지만, 과묵한 캐릭터 이외에 다른 방법을 없을 것 같다.


「루파스님, 이제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상관없다.」


내가 거울 앞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자, 리브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여관 방이다.
놀랄 만한 것은 이 여관의 방안에 작은방이 또 하나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니, 일반적이었으면 말하지 않았지, 이 세계에 이거 꽤 희귀한 구조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 그곳에서 변장을 위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처음 리브라가 옷 입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이 녀석에게 맡기면 뭔가 이상한 옷을 입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서웠기 때문이다


「어떠냐 리브라. 어울리는가?」

「루파스님은 어떤 걸 입으셔도 잘 어울리십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실례되는 말씀을 드린다면 동성애를 가지신 남자분이 큥ㅡ할 것 같은 모습이라고 소감 드립니다.」

「……그것은 즉, 남자 답지 않다는 것이냐?」

「아리에스보다는 남자로 보입니다.」


정말 이 녀석, 말하고 싶은 것을 망설임 없이 내뱉은 성격이네.
뭐, 이상하게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나저나 아리에스도 말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고, 디나도 제멋대로 말하고, 혹시 내 부하들은 전부 돌려 말하는 걸 모르는 건가?.


「굳이 말씀드리자면, 안경보단 선글라스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것도 있었지.」


확실히 내 얼굴을 잘 알려져 있고, 안경을 쓰면 조금 불안하다.
나는 리브라의 제안에 수긍하고 방구석을 가리켰다.
선글라스는 나중에 만들자.


「그리고, 탄약의 연성은 끝났다.
저기에 있으니, 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가거라.」

「감사드립니다.」


리브라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내가 가리킨 곳까지 걸어갔다.
그리고는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전부 』몸속에 수납했다.
……아니 잠깐만, 지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분명히 그 몸보다 많은 탄약을 넣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것으로 유피텔을 포획할 확률이 상승했습니다.
다음에 저와 만났을 때가 녀석의 최후입니다.」


리브라가 정말 믿음직스럽게 말을 했다.
그것이 플래그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질만한 요소는 찾지 못하겠다.
이전에 싸운 7요의 강함으로 생각해보면 유피텔이라는 것도 잘해야 300레벨 전후일 것일 테고, 속성조차 리브라가 이기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리브라의 압승이다.
일단은 유피텔은 리브라에게 전부 맡기기로 하고 나는 메라크를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지 생각을 하자.
아리에스와 디나는 과격하니까 조사를 시키기로 하고.
백익파의『 의용군 』인지 뭔지도, 규모가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루파스님, 아까부터 디나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언가 짚이시는 것은 없으십니까?」

「? 그대의 센서로 파악할 수 있지 않은가?」

「아뇨 그게, 이 부근 100㎞에 반응이 없습니다.
이 나라 밖으로 나가셨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는 리브라를 보며, 나는 아아, 하고 손뼉을 쳤다.
아마 그 녀석, 전이 마법으로 탑에 돌아갔구만.
그러고 보니 리브라는 디나의 전이 마법을 몰랐던 건가.


「그거라면 걱정 안해도 된다. 녀석은 전이 마법을 쓸수있으니까 말이다.
아마, 지금 쯤 탑으로 돌아가 자금을 모으고 있을 것이다.」

「전이 마법……그건 혹시, 엑스 게이트의 술(術)입니까?」

「응? 아니, 자세한 건 듣지 못했구나.」

「놀랐습니다. 지금 시대는 엑스 게이트 이외의 전이 마법이 없습니다.」


리브라의 말에 나는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뭐냐……뭔가, 위화감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확실히 리브라가 놀란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200년 전에는, 전이 마법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아 그렇다, 그런 편리한 마법 같은 것은『 엑스 게이트 온라인 』에는 없었다.
장소를 이동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순식간에 맵을 이동하는 커맨드도 있지만, 그건 순식간에 맵이 바뀌는 것이라 실제로 평범하게 이동한다는 취급으로 전이는 아니었다.
유일한 예외는 설정으로만 존재하는『 엑스 게이트 』이지만 이건 게임에서도 문구도 설정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물론 습득할 수도 없었다.


아니면 디나의『 전이 마법 』은 엑스 게이트인가, 이 200년 동안 새로 등장한 마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왜지……왜 이것을 나는 이제야 눈치챈 거지.
왜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걸까.

「루파스님?」

「! 아, 아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그 근처의 대한 얘기를 디나에게서 듣지 못했구나.
돌아오면 물어보자꾸나.」



생각해보면, 나는 디나에 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
애초에 배경 NPC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아는 정보라곤 그것이 전부다.
리브라처럼 내가 제작에 도움을 줄 골렘도 아니고 아리에스와 같은 포획한 마물도 아니다.
그다지……아니, 꽤나 신경이 쓰이는 건 아니지만, 한번 천천히 얘기를 해볼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




「제기랄……그 골렘, 너무 하잖아…….」


마을에서 꽤 거리가 있는 숲 속, 유피텔은 욕을 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료했다.
오늘까지는 전부 잘 되어가고 있을 터였다.
주피터로 변장하고 흰색 마을의 바보들을 부추겨 내전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 뒤엔 검은색과 흰색 두 진역을 부수고, 나라를 없앤 뒤에 메라크를 박살 낸다.
물론 7영웅의 한 명이기에, 아무리『 패자의 낙인 』이 있다고 해도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전의 혼란을 이용하여 호위조차 멀리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메라크의 특기는 대지의 힘을 빌리는『 땅 』이다. 자신의『 나무 』라면 우위에 설 수 있다.


현재 위치는 마을에서 500㎞ 떨어진 지점.
그 메이드 골렘의 탐지 범위는 모르지만, 100㎞ 떨어져 있어도 추적해 오고, 200㎞ 떨어져 있어도 저격을 당했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있었기에 주의에 주의를 주어 그 몇 배의 거리를 두고, 더욱이 숨을 죽여 숲에 숨었다.
조금 이동이 귀찮았지만, 자신이라면 당장 달려갈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거리였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귀찮은 일이 됐다.
그 골렘이 마을에 있는 이상, 조금만 다가가도 이쪽의 위치를 탐지하고 추적해올 것이다.
덤으로 싸우면 안타깝게도 승산이 없다.
정말, 왜 이렇게 된 거지……아니, 이유는 알 것 같다.
그 골렘을 거느리고 있는 루파스·마팔이 그 마을에 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근데 왜『 지금 』이지? 이 최악의 타이밍에 나타난 거지?.
사이가 나쁜 누군가가 유도했다고 생각이 든다.
정말『 그 녀석 』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루파스를 감시하고 있는 것일텐데.


「어머, 아주 호되게 당하셨네요.」


키득키득하고,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피텔이 살기를 담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방금 생각한『 그 녀석 』이 입가에 손을 얹고 유쾌한듯 비웃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달빛 같은 금발. 단정한 미모.
순백의 범의를 두른, 정체 모를 동료가 유피텔에게 다가왔다.
ㅡ7요 중 한 명인, 베누스.
금속성을 관장하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한 마성.
그 피부는 의태라도 하고 있는지 맑은 흰색ㅡ 전혀 마신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태양 』을 관장하는 대장이 데려온 존재이며, 그가 말하길 훌륭한 마족이지만, 전혀 정체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장은 이 녀석을 왠지 모르게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 같지만, 아무리 봐도 기분 나쁜 존재다.


「네놈……이제 와서 뻔뻔하게 뭐하러 온 것이냐?」

「어머 무서워라. 화내시면 싫어요.」

「닥쳐! 왜 나를 엄호하지 않았지!?
그리고 루파스·마팔이 이 마을에 오는 것을 막지도 보고도 하지 않았지!
덕분에 나는 이 꼴이 됐다!」

「어머, 당신이 그렇게 말할 처지가 되나요?
저, 계속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레이디를 기다리게 해서 데이트 약속을 어기다니, 남자 실격이에요.」


흑흑흑, 하고 일부러 우는 듯한 가짜 울음을 연기하는 여자에게 유피텔은 이빨이 으스러질 정도로 증오의 표정을 하고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신경 쓰는 모습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마을 이어 나갔다.


「보고라면 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약속 장소에 오지 않은 건, 당신 아닌가요?」

「윽……그, 그렇다면 왜 저것들을 그대로 마을에 오게 한 것이냐!
너라면 말릴 수 있었을 텐데!?」

「터무니없는 말, 하지 말아 주세요.
그 패왕을 저 같은 게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 앞길을 지켜보는 것, 그뿐이랍니다.」


베누스의 말에, 유피텔은 일부러 들리게끔 혀를 찼다.
이 녀석은 항상 이런 식이다. 이리저리 어떻게든 이쪽에 떠넘기기만 한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저도 잘못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저녁은, 당신에게 협력하기 위해서 찾아온 거예요..」

「협력이라고?」

「네. 방해죠? 그 골렘.
잠시라면 제가 막아 줄게요. 그거.」


유피텔은 그 제안에 의아한 얼굴을 했다.
제안 자체는 고맙다.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그는 그 제안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냐?」

「20분 정도라면, 확실히.」

「……20분인가.」


20분……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아슬아슬하게 나라에 접근할 수도 있고, 일단 왕복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라에 가서 흰색의 마을을 적당히 공격하면서 그 바보들에게『 검은 마을의 공격이다 』라고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뒤는 알아서 서로 부숴줄 것이다.
메라크는……메라크는 이번에는 보류한다.
나라가 망하고, 우선 루파스가 없어지는 것을 기다린다.
아무리 그 녀석들이라도 나라가 없어진다면 흥미를 잃고 떠날 것이다.
루파스는 마신족의 적이지만, 7영웅의 적이기도 하니까……분명 떠날 것이다.
그 뒤에 어떻게든 메라크를 암살하면 된다.


「알았으니까……제대로 하라고.
그리고 신호는 이 마법석으로 해라.」

「바람의 마석입니까?」

「그래, 이걸 사용하면 나는 알 수 있다.
알았냐, 제대로 하라고.」



유피텔은 그렇게 말하며 베누스에게 돌을 넘기면서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베누스도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잠자코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얼굴에는 동료일 터일 그를 경멸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