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아이고케로스의 초음파
흰색의 마을에 갑자기 바람의 탄환이 빗발쳐 집들을 파괴했다.
몇몇은 그 여파로 인해 부상을 입었으며 무너진 집에 깔리기도 하였다.
평화로웠을 흰색의 마을은 순식간에 혼란과 공포에 휩싸이면서 소란이 자리를 지배했다.
「습격이다! 검은 마을 사람들이 습격했다!」
그곳에는, 인간으로 둔갑한 유피텔이 큰소리로 거짓 정보를 뿌렸다.
물론 이 공격도 자신이 한 것이지만, 그것을 아는 자는 이 자리에 있지 않다.
그들은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이 습격도 검은 마을의 소행으로 여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충분한 것이지만, 한층 더 부추기듯이 모두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죽여라 』.
듣는다면 정신이 깎일 듯한 악마 같은 목소리.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것으로 주는 불쾌감 보다 수십 배나 증폭된 듯한 그것이 그 자리의 전원의 마음을 휘저었다.
『 증오한다면 죽여라 』.
순간, 그들이 본 것은 악마의 화신이었다.
염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통, 박쥐의 날개를 가진 신화에 속에서 그려진 악마 그 자체인 환영.
그 환영이 그들에게 이야기하여 증오를 불러일으켰다.
『 죽여라 』.
주민들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습격, 혼란, 공포. 그리고 선동.
이어 달콤하게 속삭이는 악마의 유혹.
차별 의식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아슬아슬한 부분에서 버티던 천익족들이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각각의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죽인다.」
「죽여라!」
「놈들을 추방하라!」
광기에 지배된 천사의 후예는 저마다 외치며 열 지어 행진한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아이조차 증오의 저주를 외치면서 가세한다.
그곳엔 이미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흰색의 마을 사람들이 쳐들어온다!
놈들, 우리들을 몰살할 생각이야!」
검은 마을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됐다.
이전부터 흰색 마을 녀석들이 자신들을 싫어하고, 배제하려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낙관하고 있었다.
이 나라는 원래 자신들이 살던 나라였고, 왕도 자신들을 위한 나라라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한편으론 이 사태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자도 있다.
루파스가 만난 검붉은 날개의 남자도 그랬다.
거봐라, 역시 그 낙천적인 왕은 신뢰할 만한 게 되지 못한다.
애초부터 200년 전에 루파스를 배신하고 우리들을 지옥에 떨어뜨린 것은 다름 아닌 그 녀석이다.
결국, 마지막엔 백익지상주의. 그 녀석들과 똑같이 우리들을 멸시하고 있는 남자였던 것이다.
『 빼앗아라 』.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순간에 이성을 녹이고 광기를 폭주시키는 악마의 속삭임.
그것이 검은 마을을 질주하는 이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 빼앗기기 전에 빼앗아라 』.
뺏기지 않다.
그것은 누구나 원하는 당연한 소원.
지금까지 계속 빼앗겨 왔다. 억압받아왔다.
날개 색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차별하고, 사는 곳조차 얻지 못하 채 기어 다니며 살아왔다.
겨우겨우 루파스라는 자신들이 원하는 지배자가 나타났는데, 메라크가 그녀를 끌어내려 또 우리들은 억압받는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빼앗기는 건가? 또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건가?.
「……빼앗아주마.」
누군가가 저주의 말을 중얼거린다.
「빼앗기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우리가 빼앗아주마!」
또 다른 누군가가 분노한 듯 외쳤다.
그것에 맞추어 주위에서 잇달아 분노의 외침이 터졌다.
「이젠 한계다! 더 이상은 못 참아!
왜 우리만 이런 불합리한 꼴을 당해야만 하는 것이냐!」
「그래!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무기를 들어라! 빼앗기는 무서움을 놈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젠 왕 따위 알 게 뭐냐! 이 나라를 놈들에게 뺏길 바엔, 우리들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살의에 지배된 천사의 후예는 저마다 외치며 군이 되고 전진했다.
성별도 연령도 상관없다. 지키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 빼앗지 않으면 빼앗긴다.
그곳엔 평화의 소원 따위는 이미 없어졌고, 수백 년간 쌓여진 울분과 증오뿐만이 남아있었다.
*
……이거 곤란하구만.
나는 천익족, 일부 고레벨밖에 날아오를 수 없는 먼 상공에서 걀라국을 내려다보며 망연자실하였다.
하아ㅡ, 결국 시작되고 말았나.
흰색의 마을에 괴한의 공격을 계기로 사람들이 폭주하고, 그에 대항하려 검은 마을 사람들도 폭주했다.
십중팔구 유피텔이라는 마신족의 소행일 것이다.
너무 타이밍이 좋지 않나 라는 기분이 들었지만, 어떻게 리브라의 부재를 알고 기어 들어온 것일까.
아무래도 이 폭주는 녀석의 소행은 아닌 것 같다.
관찰해 보니 마을 사람들 전원에게『 광폭화 』라는 상태이상이 부여된 것이 보였다.
『 광폭화 』는 이성을 잃고 분노에 지배된 상태의 것이며, 공격력이 배가 된다. 대신 일반 공격 이외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는, 귀찮은 상태이상이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대규모 광역 광폭화를 일으키는 스킬은 내 알기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마법이지만 『 바람 』 아니『 달 』 속성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풍속성인 유피텔일리가 없다.
이거 혹시『 달 』의 7요라도 온 건가.
어쨌거나, 내려가서 아리에스와 얘기해봐야겠다.
나는 지상을 향하여 하강하고 아리에스가 있는 여관의 창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리에스를 보니 무언가 언짢은 얼굴을 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저기, 아리에스?」
「햐이?!」
내가 말을 걸자, 생각에 몰두해 있던 아리에스가 펄쩍 뛰며 놀랐다.
이런 소란 속에서 이렇게나 생각에 잠겨있는 이 녀석도 꽤나 태평한데.
역시, 양이라서 그런 걸까.
「뭘 그리 놀라느냐.
일단 상공에서 보았지만 전부『 광폭화 』에 걸렸더구나.
아무래도 유피텔이라는 마신족 외에 이 나라 사람들을 없애고 싶은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가요.」
「여는 지금부터 그 마신족들을 찾으려고 한다만, 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전에 루파스님,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는 나에게 아리에스가 뭔가 심각한 얼굴을 보였다.
아무래도 뭔가 고민이 있는 듯한 얼굴이다.
우선 나는 들어봐야 할 것 같아「문제없다」라고 답해주었다.
「좋다, 말해보거라.」
「감사합니다.
저, 그러니까 으음ㅡ……만약, 이 소동을 일으킨 사람들 중에 12성천이 관련되어 있다면……루파스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루파스님에 대한 충성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가정하구요.」
「두들겨 패서라도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 후에 노고를 치하한다.
충성은 기쁘지만, 나라를 멸망시키는 일은 여는 원치 않는다.」
이 질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혹시 12성천이 얽혀있나?.
우선 물어보자, 그리고 아리에스를 보니, 고민이 해결된 듯한 산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 설마, 이거 진짜 12성천하고 연관된 건가?.
「감사합니다, 루파스님.
덕분에 제가 할 일을 알았어요.」
「응? 기다려라 아리에스. 설마…….」
「괜찮아요! 제게 맡겨만 주세요! 제가 두들겨 패서 멈추게 할 테니까요!」
그렇게 밝게 말한 아리에스는 나의 이야기도 듣지도 않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아, 이거 진짜 12성이 관련된거였냐.
황급히 뒤쫓은 나였지만, 거리를 메운 폭주한 천익족의 방해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완전히 놓쳐버렸다.
「……읏, 정말이지, 민폐라니까!」
아리에스는 이렇게 말하자면 조금 그렇지만 12성 안에서 약한 축에 속한다.
다시 말해, 12성끼리 싸운다면 대부분 진다.
리브라라면 절반 정도는 반드시 이기니까, 걱정하지 않지만(오히려 상대를 걱정해줄 필요가 있다), 아리에스는 다르다.
만일 상대가 『 사자자리 』의 레온이라고 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외여도 진다.
그리고 이번에 만날 상대이다만, 광폭화의 상태이상을 일으키는 12성이라면……아이고케로스인가?.
비교적 나은 상대이지만, 그래도 아리에스에게는 조금 버거운 상대이다.
「아리에스……늦지 않으면 좋겠는데!」
나라는 잠시 뒷전으로 하고.
메라크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집안일이 더 중요하다.
*
혼란과 소란, 그리고 광기에 지배된 나라를 내려다보며 유피텔은 공중에서 만족한 듯 웃고 있었다.
중간에 루파스·마팔이 들렀다는 사고가 있었지만, 뭔가 잘 해결됐다.
이걸로 이 나라는 끝이다.
후에는 아이고케로스가 선동하고 이 나라 사람들이 자멸하는 것을 구경하면 된다.
메라크를 죽이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돌리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놈은 이제부터 아무것도 없는 왕이다. 앞으로 죽일 기회가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아이고케로스 녀석이 메라크를 죽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어찌 되었든 그 12성천의 한 명……약화된 메라크라면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 역할은 끝났군.
그럼, 그 잡동사니가 돌아오기 전에 얼른 도망가자ㅡ.」
「ㅡ누가 돌아오기 전에 도망 간다는 것입니까?」
「!!?」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피텔은 전투태세를 취했다.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판단이 틀렸을 리가 없다.
아무튼 지금 가장 두려워하고 만나기 싫은 상대이다.
돌아본 그의 시야에 비친 것은 예상과 다르지 않은, 그리고 예상과 다르길 바랬던, 시녀의 모습을 한 무기질의 소녀.
패왕 루파스를 섬기며 12성 중 최강의 섬멸력을 자랑하는 천칭자리.
ㅡ패도 12성천,『 천칭자리 』의 리브라.
「어, 어째서……!?」
어째서 돌아온 것이냐.
그는 힘겹게 그 말을 삼켰다.
예정대로라면 이 골렘은 20분이 지나서 돌아왔어야 한다.
분명 선동과 이동에서 조금 시간을 썼지만, 아직 여유가 있는 시간이 있었을 터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베누스 녀석, 실패했나……!)
정체를 들켰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사태라도 일어난 건가.
원인은 모른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계획이 지금 완전히 파탄 났다는 것.
또다시, 이 살인시녀와의 조우를 면치 못했다는 것 하나뿐이다.
「마신족 7요의 한 명, 유피텔. 당신의 싸움 버릇, 데이터, 속성은 이전의 싸움에서 파악했습니다.
이대로 교전에 돌입해도 당신의 승률은 불과 0.02% 미만……항복하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48%의 확률로 사지 하나를 잃게 될 것을 충고합니다.」
덧붙여, 이것이다.
이 골렘은 한 번 전투한 상대의 버릇과 약점을 학습하고 두 번째 전투에서 반영한다.
즉, 이 녀석과 한 번이라도 싸운다면 두 번째부터는 같은 전략과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실제로는 통할 수도 있겠지만,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상성도 최악, 레벨 차이도 분명하다, 그리고 이전의 싸움으로 학습까지 했다.
지금 이 상황은 유피텔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새끼가아아아!!」
유피텔이 바람의 마법으로 가속하고 공중에서 있을 수 없는 궤도를 그린다.
한 번, 리브라를 농락한 변화무쌍한 바람의 비상
그러나 리브라는 그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유피텔의 몸에 시선을 맞췄다.
「그것은 이미 본 것입니다.」
그리고 눈에서 한 줄기의 빛이 발하며, 유피텔의 어깨를 관통하였다.
「큭!?」
「적, 공격력 15% 저하.
통증에 의한 반응 속도 20% 저하. 공격을 속행합니다.」
리브라는 통증에 신음하는 유피텔에게 거침없이 다음 공격을 했다.
여전히 어디에 수납하는지 모를 기관총을 꺼내, 난사.
유피텔은 순간적으로 피했지만, 동시에 발사된 총알 전부가 그의 뒤를 따르듯이 유도되어 왔다.
「뭣!?」
「주인님께서 준비해주신 유도탄입니다. 놓치지 않습니다.」
총탄이 고속으로 날아들었다.
그 자체는 괜찮다. 아처의 상위 클래스인『 거너 』전용의 유도탄은 지금 시대라 하여도 희귀하지만 몇 개는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제작자가 패왕이고, 사용자가 12성천이라면 속도도, 정확도도, 그리고 위력도 차원이 달라진다.
총탄이 옷을 가르고, 발과 팔을 꿰뚫어 그에게서 싸울 힘을 앗아간다.
그럼에도 순간의 판단으로 전신에 바람을 둘러,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으로 탄환을 모두 튕겨내었다.
순간의 안도ㅡ 직후, 회오리의 위로부터 들어온 리브라를 본, 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그것도 예측 범위입니다.」
문자 그대로의 철권.
강철로 만들어진 강력한 주먹이 내리쳐 왔다.
순간의 판단으로 자신을 바람으로 날렸고, 주먹이 살짝 뺨을 스쳤다.
……살짝 스쳤을 뿐이다.
그러나 유피텔은 마치 유성처럼 지면에『 꽂혔다 』.
엄청난 충격과 고통이 뺨에 그대로 전해졌고, 건물을 뚫으며 멈추지 않고 땅으로 수십 미터를 파고 들어가, 꼴사납게 지면에 널부러졌다.
직격을 피했을 뿐이다.
살짝 스쳤을 뿐이다.
그런데, 이 위력, 이 데미지.
유피텔을 창백해졌고, 최악의 상상을 했다.
……만약 직격으로 맞았다면 머리가『 터졌을 』것이다.
「다시 권고합니다.
지금 일격에 당신의 반응 속도는 11% 떨어졌으며, 현시점에서의 당신의 승률은 0.00072% 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저항 없이 투항할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용서도, 자비도, 적에 대한 분노마저 깃든 감정 없는 선고.
지금의 유피텔에게 있어서, 그것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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