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축하합니다, 미자르는 골렘으로 진화했다





블루토강의 거리를 양산형 리브라의 안내를 받으며 걷는다. 그녀가 말하길 왕실 에리어로 데려다준다고 하긴 했는데 말야.
주인님, 이라는 작자가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그녀들의 제작자라고 하면 미자르가 틀림없는데.
설마, 미자르가 살아 있는 건가?.
아니면 주인은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네.
리브라 또한 제작자는 미자르이지만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
……일단 튈 준비를 해두자.
만약 스콜피우스를 넘기라는 둥 말을 꺼내면,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신속하게 이탈하고 난폭한 행동도 마다하지 말아야겠다.
되도록이면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내 몸이 소중하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길 건너에서 진짜 리브라와 아리에스가 달려왔다.
리브라는 처음엔 반파된 양산형 3체로 시선이 갔지만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내게 시선을 돌렸다.


「주인님. 거리의 마신족 소탕, 종료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 있는 저의 동형기는…….」

「처음 뵙겠습니다. 양산형 리브라 3호기라고 합니다.
당신은 원본이시죠? 블루토강에 잘 오셨습니다.
당신의 내방을 환영합니다.」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리브라라고 합니다.」


리브라와 양산형 리브라는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그대로 아까와 같이 나란히 걸었다.
……에? 반응은 그것뿐이야?.
리브라끼리의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끝나고 이후 잡담조차 없었다.
역시 골렘이라서 그런 건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네.
다음은 아이고케로스인가……아, 있다.
벽에 뚫린 구멍 앞에서 멍한 표정으로 서있으면서 낯빛이 굉장히 안 좋다. 저 녀석 대체 왜 저래.


「어이, 아이고케로스.」

「!!?」


내가 말을 걸자 과격하게 반응하며 돌아보는 듯싶더니, 갑자기 인강 형태가 되어 엎드리기 시작했다.
아아 맞아, 염소는 발이 없어서 엎드리지도 못하지. 근데 하라고도 하지 않았는데 말야.


「죄, 죄송합니다 저의 주인이시여! 주인으로부터 받은 지시인 7요 생포 임무,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아ㅡ, 역시. 내가 준 일을 실패한 것때문이엇네.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7요뿐만이 아니라 마신왕의 아들까지 나온 것 같았고.
그것을 예상하지 못한 내 잘못이야.
그런데 아이고케로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연신 사과를 했다.


「호오, 레벨부터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7요가 잘도 도망쳤다는 말입니까?
그거 정말,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실수군요.」

「HAHAHA! 200년 전에 만났을 때와 다르게 실력이 떨어졌지 않습니까, 아이고케로스!」


내가 어떻게 위로해줘야 될까 생각 중이었는데 리브라와 칼키노스가 핵직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야 이 자식들아 그만해, 니들은 인정이란 게 없냐.
디나는 디나대로 버고에게『 보세요. 저게 바로 일 못하는 글러먹은 남자예요 』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유일하게 아리에스만이 아이고케로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있다.
아리에스, 너만큼은 다행히도 변하지 않았구나.


「아ㅡ, 으음. 뭐 신경 쓰지 마라. 실패했어도 다음번에 잘하면 되니.」

「무, 무슨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자비로움이십니까! 다음번엔 반드시, 이 아이고케로스의 목숨을 바꾸어서라도!」

「아니, 목숨을 바꾸는 건 곤란한데.」


어쩌냐, 염소의 충성이 아픈 곳을 찌르는데.
이대로라면 정말로 자살할 것 같으니까 다음번엔 간단한 일을 줘서 자신감을 회복시키게 하지 않으면 심히 불안할 것 같단 말야.
아니면 뭔가 기분 전환할 뭐라도 찾아볼까?.
이렇게, 풀을 마음껏 먹어라 라던가.
뭐 일단 이걸로 전부 회수는 했고. 아직도 기절해있는 스콜피우스는 칼키노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다시 양산형의 뒤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 같은 것을 타고 14가까지 가니 그곳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으며 앞에는 몇 명의 드워프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기 같은 건 가지지 않았으니 싸울 마음은 아닌 것 같고……일단 경계만 해둘까.


「어서 오십시오, 블루토강에. 기다리고 계십니다, 루파스·마팔 공.
저는 제넬. 이 블루토강의 군부 지휘를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군,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 붕대는 이제 필요 없겠군.」


아무래도 내 정체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뭐, 스콜피우스를 패서 회수하고 원본 리브라가 옆에 있는 건 나밖에 없지.
나는 은신용 붕대를 풀어 디나에게 맡기고 멋으로 쓴 안경을 벗었다.
그러자 드워프들은 예상하고 있었어도 충격이 큰지「오옷!?」이라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를 부른 이유가 뭔가? 유횽해서 포박이라도 할 셈인가?」

「농담이 재밌으시군요. 블루토강 내에 스콜피우스를 들인 상태에서 당신과 적대 같은 것을 하면 우리는 전멸입니다. 지금도 당신의 기분을 해치지 않도록 필사적이지만요.」

「그렇다면 됐다.」


아무래도 드워프들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네.
뭐, 나는 이 세계에서 세계적인 대악당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국내에 쓰러뜨렸을 라스트보스를 들여보낸 셈이니까.
그건 긴장할 수밖에 없겠네.
최근 들어 잊고 지냈지만 나는 이 세계에서 기본적으로 공포의 대상이다.
내가 루파스라는 걸 알면서도 평범하게 다가오는 녀석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드워프들은 꽤나 노력하고 있는 부류일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용건부터 물어보지. 일부러 왕족이 당할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지 않는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가?」

「그것 말입니다만, 당신이 만나는 것은 왕족이 아닙니다. 왕실 에리어의 더욱 안쪽에 있는 분과 만나시는 겁니다.」

「뭐라? 무슨 의미인가?」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시는 게 빠를 겁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제넬이라고 밝힌 드워프가 문 근처에 있는 레버를 당기자.
문이 열리며 왕실 에리어로 보이는 것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
우선 전체로 펼쳐 보이는 건 넓은 정원.
멀리에는 수영장이나 어떤 스포츠에 사용되는 것인지 코트도 완비되어있었으며.
중앙에는 고급 호텔 같은 백악(白亜)의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고.
파수견으로 보이는 마물ㅡ 사자 같은 갈기에 어이없게 커다란 개가 몇 마리 방사되어있었고 이쪽을 보고 있다.
하지만 꼬리가 전부 가랑이 사이로 넣으며 덜덜 떨고 있었다.
수수하게 충격이네. 나 꽤 개 좋아하는데…….
그런 겁내는 강아지들 앞을 그냥 지나치며 우리들은 더욱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끔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성 안에서 보는 녀석이 몇 명 있나보다.
시선이 마주치자 아이처럼 보이는 드워프가 손을 흔들어 줬지만 그 직후, 어머니 같아 보이는 드워프가 당황한 것처럼 아이를 끌고 갔다.
별로 눈이 마주쳤다고 잡아먹지는 않는다고.


「저 사람들, 주인님에 대해서 무슨 무례한 짓을. 제가 몰살…….」

「작작하지 못하겠느냐 멍청한 녀석아.」


있었네. 처먹으려는 멍청이.
나는 아이고케로스를 꾸짖으며 가볍게 밀쳤다.
내가 이상하게 두려움을 받는 것에 절반은 분명 이 녀석 탓도 있을 거야.
봐봐, 안내하는 드워프들도 무서워하고 있잖아.
여차하면 생명을 빼앗길 것 같은 불쌍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데. 어쩔거냐고 이거.
이윽고 드워프들을 왕실 에리어의 가장 안쪽……즉 벽에 도달했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벽에 손을 얹고 뭔가를 중얼거리자.
벽이 열리며 더욱 안쪽 방을 보여줬다. 방금 중얼거린 게 아마 암호인 것 같네.


「이건…….」


그곳은 투박한 방이였다.
조금 전까지의 화려함과는 마치 다른 공간……석조의 벽과 천장에 둘러싸였으며 아무런 장식조차 없는 방.
장식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중앙에 놓여있는 크리스탈 같은 것뿐이었으며, 그것만이 옅은 파란빛으로 발광하고 있었다.


「골렘, 인가?」

「네. 이 골렘이 블루토강의 중심부이며, 블루토강의 두뇌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분이 죽음 직전에 자신의 모든 기억과 인격을 이식한 우리의 위대한 왕…….」

「뭐라? 그건 설마.」


제넬의 말에 나는 멍하니 크리스탈을 응시했다.
“있다”는 건가?.
그곳에 네가 있다는 건가? ㅡ미자르.
나의 그 물음에 대답하는 건지 크리스탈이 발광하며 들어본 적 없는……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분명히 알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 왔나. 오랜만이네, 나의 친구[루파스]. 그리고 나의 딸[최고의 걸작]아 』

「……미자르.」

「미자르……님.」


아무래도 정말 미자르인 것 같네.
리브라가 반응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확신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이 녀석은 미잘이다.
뭔가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단언할 수 있는.
내 안의 무언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군. 블루토강을 그대가 남겨 보호함과 동시에 그대 자신이기도 한 것이었나.
설마 골렘이 되었으리라……그대가 골렘을 좋아하는 건 보통이 아니었지.」

『 하하하, 그거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

「멍청이, 어이없어하는 것이다.」


아니 진짜로, 설마 골렘이 됐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옛날에 있었던 RPG에서 던전을 좋아함을 넘어 마지막에는 자신이 던전이 되어버리는 던전맨이라는 유쾌한 캐릭터가 있긴 했지만, 진짜로 그런 짓을 하는 멍청이가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다.


『 너무 그러지 마라, 필요한 일이긴 했다고.
아무튼, 그때 나는 멀쩡하진 않았어 』

「……200년 전의 일인가.」

『 그래. 딱히 변명은 하지 않아, 그때 나[미자르]는 이상했어.
블루토강을 제어하는 골렘에 있는 크리스탈……그러니까 나는 빠르게 완성하고 인격의 이식도 끝났었단 말이야, 그래서 알 수 있었어. 그때의 미자르는 뭔가 이상했었다는걸.
그거 좀 힘들었다고. 갈수록 묘해지는 자신[원본]을 옆에서 본다는 거 말야.
마치 내가 아닌 이외의 무엇이 되는 것 같았어.
웃기는 얘기지? 복사본인 내가 진짜 미잘에 가깝고 진짜인 미자르는 다른 사람이 됐으니……어느 쪽이 진짜 미자르인지도 이젠 모르겠어 』


나는 그 말에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인격을 이식해 골렘을 만든다는 미잘만의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미잘은 둘로 늘어났다.
한 명은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는 진짜 미잘.
한 명은 미잘의 본래 인격을 가지고 있는 복제 미잘.
하지만 복사본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자각해버리는 자신의 변모된 모습.
자신(自分)이 자신(自分)이 없어지는 것을, 자신(自分)이 본다.
……무슨 고문이냐고, 미쳐버리고도 남을 상황이잖아, 그거.


「언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지?」

『 그러게……아마, 너와 함께 여신의 성역에서 돌아온 그때였을 거야.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너에게 적개심을 갖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알리오스나 메그레즈, 두베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야 』

「다른 자는?」

『 메라크는 원래 위치가 위험하잖냐. 바나헤임은 여신의 소재지 같은 거고.
페크다는 그냥 여기저기 싸돌아다녔으니까. 어딘가에서 접촉됐을 거야.
베네트나쉬는 모르겠어. 그 녀석 처음부터 너에게 집착했었으니까.
솔직히 여신이 아무 짓도 안 했어도 네게 함부로 시비 걸고 다녔을 거라 생각해 』


……베네트……정말, 어디를 가도 그 녀석에 대한 정보만 없네.
일관적으로『 저 녀석은 원래 위험해 』라는 건데.
어떻게 동료로부터도 위험취급 받는 거냐, 흡혈공주.
일단 그 녀석의 일은 놔두고.


『 원래 너한텐 골렘의 제작자로서 조금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어쩌면 미드가르드 제일의 골렘 장인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잖아. 그래서 나는 아직 멀쩡한 인격을 이식해서 멀쩡한 자신을 남긴거야 』

「………….」

『 나중에는 완전히 망가졌어. 너를 어떻게 쓰러뜨릴지만 생각하고 내 말을 듣지도 않았지.
그래서 뭐, 나중에는 너도 알다시피 』


미잘은 한 번 말을 맺었다, 그리고 후회하는 것인지, 슬픈 듯이 말을 이었다.



『 너를 쓰러뜨린 뒤에는 악령이 떨어져 나간 듯. 원래대로 돌아갔지만 모든 것은 늦고 말았어.
그나마의 후회로 마신왕과의 전쟁에 들어갔지만, 뭐 그런 자포자기로 도전했으니 당연하게 참패하고, 팔을 뺏겼지.
미자르는……나는, 친구도, 팔도, 평화로운 세계도 모든 것을 잃었다…….
정말 후회하고, 일생을 하루 종일 통곡하는 원본을……차마 볼 수 없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