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야생의 라스트보스가 나타났다
누구도 움직이지 못 했다.
옥좌의 왕도, 병사들도, 궁중마법사도.
200년 이상의 시간을 살아온 왕의 상담역도.
누구나가 그 모습에 말려들고, 끌리고, 그리고 두려웠다.
휘날리는 머리칼은 마치 그라데이션이라도 한 듯한 주홍빛이 섞인 황금.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두 눈은 불꽃과도 같은 주홍색.
티끌 하나 없는 하얀 피부에, 그 몸을 감싼 순백의 드레스와 진홍색 외투.
그 미모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그 완성도의 차이에 비참함마저 느낄 정도의 아름다움이며, 균형 잡힌 신체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ㅡ그리고 외투의 바깥에 보이는 것은 천익족(天翼族)의 증표이자 일족의 금기인 칠흑의 커다란 날개.
마치 진정한 왕의 귀환에 두려움을 느껴 몸을 떨던 사람들은 고개를 내려뜨렸다.
고개를 들 수 없다. 앞쪽을 볼 수 없다.
무릎은 떨리고, 신하의 예를 취하듯 바닥에 늘어붙는다.
단지 그곳에 있을 뿐인데도 그 자리를 지배하며, 사람들이 무릎을 꿇으니 그 모습은 마치 왕.
의심의 여지도 없을 패자의 관록을 한 지배자의 모습.
그 와중.
성의 모든 머리를 숙이게 하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자리를 제압한 소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위험한데, 모르는 사람들이 뭔가, 나한테 고개 숙이잖아,
뭐야 이거, 몰카야? 나보고 어쩌라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누가 좀 도와줘!!)
ㅡ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우선 그걸 먼저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지만 설명하기 전에 한마디 해야 할 것이 있다.
―나는 남자다.
매우 건전한 보통의 남자.
그것을 전제에 넣고 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선은……그렇지.
나는 언제나 다를 바 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 엑스 게이트 온라인 』.
202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으로, 올해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6년째가 된다.
원래는 이 세계 미드가르드를 무대로 한 검과 마법의 가정용 RPG를 TRPG로 한 것을 기반으로, 온라인 게임과는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이전의 게임은 게임기 본체를 갖고 있지 않아서 나는 하지 않았다.
……아니, 응, 사야겠다는 생각했었지만, 드림 스테이션(통칭 도리스테)라는 게임기라고.
하지만 도리스테는 20년 전의 게임기라서,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다고.
중고 게임 샵은 근처에 없고.
뭐, 일단 그건 그렇고. 이 게임에는 이상하리 만큼, 초보자에게 맞추기 쉬운 설정이 있지.
사람들은 주로 검과 마법으로 싸우며, 마물, 엘프, 요정 그리고 다양한 종족이 존재하는 그런.
그치? 잘 먹힐 설정이지? 왕도라는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몇 년이 지나도 흥미로운 거잖아.
이 게임이 서비스된 당시 고교생이었던 나는 무심코 이 게임에 손을 댔다.
별로 뭔가 이유가 있지도, 친구에게 포섭된 것도 아니며.
그저 변덕으로……우연히 눈에 들어왔고 무료였기 때문에 그냥 하자고 생각했다. 그만큼의 간단한 동기였고.
결과ㅡ 나는 엄청 빠져버렸다. 열중해버렸다는 것이다.
어쨌든 시간을 할애하며 플레이했고, 한가했던 시간은 모두 이 게임을 하기위해 소비했다.
깨닫고 보니 과금 아이템에도 손을 대고 있었고, 과금 아이템을 사기 위해 간단한 스티커를 붙이는 부업도 했다.
왜 부업이냐고?.
……밖에 나가면 게임을 할 수가 없잖아.
학교에 갈 시간조차 아까웠다.
동아리 활동 같은 건 당연히 귀가부.
나에게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으로 보내는 플레이어에게 불행했던 것은 이 게임의 로그인 시간이 정해졌던 것.
늘어나는 온라인 게임 폐인의 방지인지 뭔지 일단 그런 이유로 온라인 게임을 규제하는 법률이 10년 정도 전에 생긴 것 같다.
즉, 당연히 『 엑스 게이트 온라인 』도 법률에 거스르지 못하고 하루의 로그인은 10시간까지 제한이 걸렸다는 얘기.
덕분에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다른 폐인과 다를 바 없는 로그인 시간을 실현 가능했었고, 항상 톱 플레이어의 위치를 유지한 셈이다.
나는 어쨌든 나의 캐릭터를 계속 키워 나아갔다.
다양한 직업의 레벨을 올려나가며, 전직도 여러 가지 시험했고.
이 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폭넓은 캐릭터 생성.
모든……분명 8,687,500파츠인가.
그 부분을 자유자재로 조합해서 천차만별의 아바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시스템은 더욱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사랑을 꽃피우고 빠져들어가게 했다.
그 시스템에서 내가 만든 아바타 『 루파스·마팔 』은 천익족의 소녀.
천익족이라는 것은 이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의 하나로 하늘을 날고 기초 능력이 높은 수준인 대신 공격 마법 따위를 일체 사용할 수 없는 종족이다.
『 왕자의 종족 』이라고도 불리며, 높은 카리스마와 다른 동물을 거느리는 재능을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게임상에서도 반영되어 있어 일정 이상 수준의 떨어진 상대를 행동 불능으로 만드는 종족 스킬도 있다.
뭐, 보스전에선 전혀 쓸모없는 죽음의 스킬이지만.
나는 루파스를 단련하고 단련했다.
과금 아이템을 장비시켰고 공식적인 혜택을 주는 행사가 있으면 모두 참가했으며.
이윽고 나는 나라― 플레이어가 설립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었고 처음에는 작았지만 점점 그 규모를 키워나갔다.
이 게임의 중요 핵심 중 하나로 『 전쟁 』라는 시스템이 있다.
두 세력이 전력을 걸고 싸우다가 싸움에서 진 나라는 상대국에 흡수, 합병이 된다는 것이며.
루파스는 이 시스템을 마음껏 써 모든 나라를 침략했다.
물론 침략이라고 해도 합의하에 전쟁을 치른 거지.
합의 없이 그런 일을 하면 그냥 '털이'일뿐이며, 순식간에 조롱의 대상이 되어 모두에게 혐오를 받게 되고 마는 그런 시스템.
또 하나, 이 게임의 또 다른 핵심이 있다.
『 소설 시스템 』.
인터넷 최대의 소설 투고 사이트와의 제휴로 실현한 시스템에서 자신들의 행적들이 공식 역사로 소설에 들어가는 것이다.
『 나는 이런 이유로 전쟁을 시작하였습니다 』.
『 우리들은 이렇게 고생하고 그 의뢰를 달성했습니다 』.
그런 일들을 공식 사이트에 보내고 채용된 것은 공식 홈페이지에 정말 오르기도 한다.
돈을 지불하면 작은 것이라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줌으로써『 엑스 게이트 온라인 』은 구석구석 사연이 있고 플레이어 전원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계기가 되는 큰 사건은 사 측에 의해서 무료로 이야기화되는 것이다.
나의 캐릭터인 루파스는 플레이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에서는 반 공식 캐릭터로 팔자를 고친 것이다.
모든 적대 세력을 구축하고 통솔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를 하나의 세력권으로 통합한 패왕.
두려워할 만한 검은 날개, 루파스·마팔.
그래, 나는 일단 모든 세력을 산하에 다스리는 일강 시대를 구축했다.
공식 라스트보스인 마신왕과 그 수하들은 예상한 대로 정복하지 못했지만, 방랑 플레이어 이외의 플레이어는 모두 루파스의 국민이 된 것이다.
그 일은 상기의 소설 시스템에서도 대대적으로 다뤘으며, 마신왕과 나란히 『 야생의 라스트보스 』, 『 이제 네가 라스트보스라도 좋아 』라는 둥 말했었지.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일강 시대는 말하자면 게임 면에선 재미가 없었다.
모처럼의 특기인 전쟁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았으며 초심자가 새로운 세력을 구성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다른 고레벨 플레이어와 의논해 큰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위에서 말한 소설 사이트의 유명 인터넷 작가에게 말을 걸어 새로운 역사의 단락을 자신들로 하여금 만들었다.
스토리는 이렇다.
패왕 루파스의 무력으로 침략되어 통일된 세계.
그러나 용사들은 일어섰다.
지배되면서도 역전의 기회를 기다리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 거악에 맞서 싸운것이다!
아아, 위대한 용사들이여. 그 용기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자, 지금 갖은 포학을 다하는 패왕을 옥좌에서 떨어뜨리자!.
―응 나 완전히 악역이야.
이리하여 세력을 양분해, 루파스가 이끄는 패왕 군과 용사들이 이끄는 빛의 군으로, 공식 라스트보스를 무시한 채 게임 사상 최대의 대결전이 열렸다.
이것의 결과만 먼저 말한다면, 나는 졌다.
그렇지만 유력 플레이어의 대부분이 저편에 붙은 거라구. 이길수 없잖아.
그래도 나는 애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 혼자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날뛰고 날뛰었다.
종족 스킬로 약한 플레이어― 전체의 8할은 무력화했고, 엄청 열심히 해서 상대 세력장과 맞대결에 들어갔다.
……음, 그 시점에서 나의 남은 HP는 2였지만.
응, 일격이야.
선제공격으로 상대의 체력도 한번은 0으로 만들었는데 상대는 거기서『 대역전 』이라는 주역적인 스킬을 사용해 부활하고 기적적인 대역전 승리를 연출했는걸.
뭐랄까, 그 녀석 일부러 공격을 맞았지.
마지막에는 오버 킬도 잔뜩 했고 세력장 +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필살 기술을 때려 박은 결과, 아공간봉인(亞空間封印)(아공간으로 추방한다는 설정의 마법. 이 스킬로 사망할 시 부활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까지 처넣어졌다.
이제 그만하라고! 내 라이프는 제로라고!.
뭐, 말없이 지는 것도 뭣하니 쓰러지기 전에 나도 「훌륭하다. 용사들이여, 그대들은 나를 넘어 보였다! 그대들이라면 이길지도 모르겠구나, 그 마신왕을!」라며 폼 잡거나 한 것은……뭐, 응. 젊은 혈기의 실수였어.
이리하여 루파스는 패배, 세계는 그녀의 지배에서 해방되었다― 라는 게 이 이벤트에 의해서 완성된 스토리다.
이는 상당히 평판이 좋고 『 이제 이것으로 엔딩으로 해도 좋아 』, 『 좋은 최종 회였다 』, 『 야, 마신왕(웃음)의 일을 잊지 마라!』, 『 마신왕? 아아 루파스님이 당할 때까지 숨어있었던 녀석? 그러니까……이름이 뭐였더라? 』, 『 너희들 너무한 거 아니냐 ㅋㅋㅋ 』라며 축제가 됐을 정도니.
졌다고는 하나 나도 커다란 행사를 마친 것에 대해 만족하고 게시판을 바라보며 히죽히죽 대고 있었다.
이후, 그 다음날 다시 로그인했더니 화면에 평소에 보지 못한 낯선 캐릭터가 나왔다.
이름은 창세신 아로비나스. 엑스 게이트의 세계를 창세했다는 설정의 여신, 인정미 없는 말을 하자면 운영의 화신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했을 때나 공식 발표 행사 개최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치트캐릭터로 일단 HP와 공격력, 방어력은 설정되어 있지만 잡을 수 있게 상정한 값은 없다.
뭐야, HP 9999억? 장난하냐? 보스캐릭터들도 100만은 그렇게 쉽게 넘지 않거든, 이 게임.
그래서, 그런 공식 치트의 아로비나스가 나와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 당신에게 새로운 역할을 드리겠습니다 』.
나는 이걸 공식 메시지인가 뭔가라고 생각했다.
루파스라는 캐릭터는 이제 마신왕과 함께 『 엑스 게이트 온라인 』의 대 보스 캐릭터이다.
그건 공식적으로 방치하지 못 할 것이며, 그토록 극적으로 당했으면서 다음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로그인하고 오면……뭐, 응. 뭔가 이상하다고 나도 생각한다.
나, 자신이 이대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부활한다면 이야기는 어떡하냐!? 라고 생각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제시된 선택지에 Yes라고 답했다.
어떤 이벤트인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공식 행사는 전부 소화해냈다.
그렇기에 어떤 역할이라도 오라며.
그렇게 생각―.
그리고 나의 시야는 하얗게 변했다.
*
그리고 현재에 이른다.
주위에는 엎드린 사람들.
몹시 무거워진 가슴과 가벼워진 사타구니의 상실감.
몸에 걸친 드레스와 외투, 시야 가장자리에 비치는 긴 머리카락과 등의 날개.
이상하게 좋아진 시력으로 저 멀리에 위치해 있는 창문을 보니 그곳에는 믿기 어려운 농담과도 같은 미소녀가 비치고 있었다.
나……루파스가 되어버렸다나?.
아니아니아니, 아니잖아.
나 남자라고?.
루파스는 여자고?.
남자새끼 보면서 플레이하기보다는 귀여운 아이 쪽이 의욕이 솟는군요, 라는 정말 어리석은 이유로 몇 시간이나 고생하며 만든 자캐의 미소녀냐고.
내가 그것이 되어버리면 어쩌자고. 이렇게 되면 내가 볼 수가 없잖아!!.
「……흠.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없다만……누군가, 여에게 설명해주지 않겠나?」
……어이.
목소리가 변한 것은 안다. 예상 범위이다.
하지만 어조, 이거 뭔 일이냐.
『 죄송합니다만, 지금 이 상황을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 저에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라고 얘기했다만 뭔가 쓸데없이 거만한 말투가 되어 입에서 나왔다.
이거 게임 플레이했던 루파스의 어조잖아.
「무얼 하는가, 인간들이여, 고개를 들라.
언제까지 그러고 엎드릴 심산인가, 아니면 인간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평범한 자세인가?
그렇다면 나의 무지를 용서하라.」
왜 그러세요? 고개를 드세요. 계속 그러고 계시면 대화가 안돼요.
아니면 실례지만, 그것이 당신들 사이에선 평범한 자세인가요? 만약 그런 거라면 상식을 몰라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이건 더욱 압박해버리고 만 것이다.
위험하다, 이 어조라면 뭘 어떻게 해도 거만하게 된다. 어떡하면 좋지.
……아, 그렇지!
그거다, 종족 스킬 『 위압 』!
아마, 이게 발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확실히 ON / OFF 될 텐데…… 잠잠해져라, 조용해져라, 나의 위압아.
우옷, 위압 때문에 몸이 쑤셔온다……!
「……아아, 그런가.
미안하군, 여가 잊고 있었다. 이래서는 말하기 거북한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위압 OFF!
편리한 창 따위 없지만 그건 기합과 감각으로 어떻게 하고.
그 시도는 잘 되었는지, 지금까지 엎드렸던 사람들이 겨우 얼굴을 들고 떨며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 오 오오……이, 이 모습은…… 그런,
사, 살아있었던 건인가…….」
나를 보는 귀가 긴, 신관 같은 모습을 한 잘생긴 남자가 목소리를 떨었다.
무례한 녀석이네. 나는 한번도 죽은 기억 따위 없는데 말이야.
아, 그래도 루파스는 얼마 전에 죽어버렸었지.
「오, 오오……우리들은 터무니없는 과오를 저질렀다……,
용서되지 않는……용서되지 못하는 죄……,
용사 강림의 의식이, 왜……우리들은 용사는커녕 패왕의 봉인을 풀어 버린건지…….」
「―음, 과연.
아무래도 그대는 여를 아는 듯하군.
그렇다면 이 상황, 그대에게 설명을 부탁하지.」
이 잘생긴 남자는 나를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나는 그를 안심시키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무해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조용히 말했다.
「두려워 마라 인간의 자식이여.
여는 그쪽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테니……안심하고, 여에게 모든 것을 얘기하면 되는 것이니라.」
―그나저나 이 어조, 정말 어떻게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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