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야생의 하인이 나타났다
『 엑스 게이트 온라인 』에서 국가― 즉 세력을 만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거점을 가지는 것이 허용됐다.
거점의 대부분은 성이었지만, 딱히 성일 필요는 없다.
인기는 없었지만 신전과 신사, 심한 것이라면 어째서인지 커피숍 같은 모습의 거점도 있었다.
나라의 중심이 커피숍은 어떠냐 라고 생각되어도, 시스템상 가능하니까 별 수 없다.
그런 수많은 후보 중에서 내가 택한 것은 탑이다.
거점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여 나는 무심코 열중하여 디자인했다.
세력이 커지면서 그때마다 커스터마이즈 했고, 나보다 디자인 센스에 뛰어난 녀석의 아이디어와 힘을 빌리기도 하여, 이 『 마팔탑 』은 미드가르드에서도 제일의 건축물로 변모한 것이다.
「……부숴지고 있구나. 하지만 기억하고 있다.」
탑의 내부는 200년이 지난 탓도 있어 상당수의 모습이 사라지고 지저분해져있었다.
그래도 기억 속에는 탑의 내부, 그 모습은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망가진 탓에 오히려 그 존재감을 말하고 있는 진홍의 옥좌는 내가 제일 처음 만든 것이다.
깨진 창문의 옛 모습은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이윽고 나는 금이 간 벽에 손을 올렸고 즐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있었다.
나와 있어주었던 모두와 함께 세력을 얼마나 더 키울지 의논하고 사냥을 하자는 약속과 같은 하찮은 이야기꽃을 피웠었다.
늦은 밤까지 바보처럼 떠들고 술을 뒤집어쓰듯 마시고…….
ㅡ……아니, 잠깐 뭘 그곳에, 직접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말하고 있는 거냐, 나는.
잘 생각해보니 술을 마셨던 것은 게임 속의 루파스다. 내가 아니다.
나는 그저 컴퓨터 앞에 있던 의자에 앉아있었을 뿐이다.
애당초 뭘 옛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거냐.
세력이 둘로 쪼개진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그리운 추억으로 만들기엔 너무 이르다.
그것이 아니라면, 혹시 기억이 루파스의 기억과 섞여있는 것인가.
이래서야 게임과 현실의 혼동의 연속이다.
뭐, 현재진행형으로 혼동하고 있지만 말이야.
거기에ㅡ.
「신기하구나.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일터, 어째서인지 그리워지는군.
여는 이 곳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구나.」
마음 한 켠에서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이 있다.
마치 한동안 돌아가지 않았던 우리 집에 돌아온 듯한 묘한 기분이다.
내가 어떻게 된 것일까?
아니면 정말 루파스의 기억이 섞여있는 것인가?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응?」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나 이외에 아무도 없을 이곳에서 나 이외의 누군가가 소리를 내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는 낯선 소녀가 서 있었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마치 바다와도 같은 시원한 청색의 머리, 그 눈동자 또한 마린블루.
하얀색의 검소한 옷을 입었으며 피부는 마치 새로이 내린 눈처럼 깨끗했다.
얼굴은 놀랄 정도로 미소녀였다.
……모르는 얼굴인데.
적어도 이 탑의 꼭대기에 들어올 수 있는 세력 멤버 중에 이런 소녀는 없었다.
이 녀석은 누구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ㅡ루파스님! 루파스·마팔님 아니신가요!」
낯선 소녀는 그렇게 외치며 나의 앞으로 뛰어와 나의 손을 잡았다.
그 얼굴은 진심으로 기쁜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나의 귀환을 축복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그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대는……누구인가?」
「너, 너무해요! 저를 잊어버리신 거예요?!
당신의 충실한 참모인 디나예요!
200년 동안 이 탑에서 당신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디나? 참모?
이 녀석은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참모 같은 세력들이 있었긴 했지만, 그것은 디나라는 이름은 아니었으며, 참모라는 것도 없었다.
하물며 디나라는 이름의 소녀는…….
ㅡ……
ㅡ아니 있다.
그렇다, 생각났다.
처음으로 거점을 만들었을 때. 그 배경으로 다양한 오브젝트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로 소녀NPC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 확실히 거점에서 만들 수 있는 오브젝트 중에는 캐릭터도 있었다.
다만 무작위로 걸어 다니기만 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완전히 배경 취급인 오브젝트였지만.
나는 확실히 캐릭터오브젝트를 만들었었다.
그것은 단지 몹이 한 마리도 없는 거점이 뭔가 허전할 것 같다는 하찮은 이유에 나도 어느덧 존재를 잊고 있었지만, 확실히 초기에 나는 들떠서 『 루파스의 참모 』같은 이상한 설정을 붙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전투 데이터도 가지지 않았고, 까놓고 말하자면 랜덤으로 이동할 만한 사람 모양의 오브젝트를 기억하진 않으니, 그녀는 어느덧 진정한 의미의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런, 나조차 잊고 있었던 그녀가 의사와 생명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데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참모라는 역할과 여기에서 기다리겠다는 충성을 계속 지키고 있었던 것인가?
「아아, 그런건가……생각을 달리해야만 하겠군.
용서해라 디나. 그대같은 자를 어찌 여가 잊겠는가.」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지금까지 가볍게 여겼다는 사실이 눈 앞에 들여대진 기분이다.
내가 잊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 일이 여기서는 타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던 것이었다.
게임의 오브젝트라면 『 잊고 있었지만 뭐 상관없어 』로 끝나는 사소한 일들이.
그러나 살아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대라면 그런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고생했다. 여가 없는 동안 이곳을 잘 지켜주었구나.」
「과, 과찬이십니다!」
나는 두 번 다시 그녀를 『 사람 모양의 오브젝트 』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살아있는 한 사람, 그 자체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저, 루파스님 루파스님은 어떻게 부활하신 건가요?」
「아아, 용사를 소환하려던……미안하구나 나라의 이름을 모르는구나.
일단, 서쪽에 있는 나라의 왕이 용사 소환을 잘못하여 여를 이 곳에 소환한 것이다.
그 덕에 지금은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었다.」
「서쪽……이라고 하신다면 레바테인 국가네요.
전부터 용사를 소환하려는 것 같았는데, 그거였나요…….」
디나가 말하길, 그 나라는 이전부터 용사를 소환하려 했던 것 같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뭐랄까, 죄송합니다, 이런 게 나와버려서.
「음, 그런 연유로 여는 이 시대의 정세에 어둡다.
마신왕 녀석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만.」
「그렇다구요! 루파스님을 쓰러뜨린 용사들도 그 이후 결국 뿔뿔이 흩어졌고 나라 또한 분열되어 마신왕에게 두들겨 맞았다구요. 정말 한심하죠!」
아, 응. 미안 디나, 세력의 해체는 예정에 있었다고 할까, 오히려 해체를 위한 행사가 그 결전이었다고 해야 할까…….
뭐 대략적인 예상으로는 일강세력이었던 루파스군이 무너지고, 이후 다양한 플레이어가 나의 후임을 목적으로 세력을 제멋대로 만들고 나선 서로 싸웠다는 건가?
마신왕과의 싸움은……어쨌든 공식 라스트보스니까.
잡아도 아무런 혜택도 없는 나와는 다르게 마신왕은 잡으면 명확한 혜택이 있고 레어 아이템을 드랍한다.
그야 일치단결이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겠지.
오히려 다른 세력이 잡으면 곤란하니 경쟁적으로 해대는 것이고 나쁜 놈이라면 통수를 칠테니.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 이야기다.
게임이 아닌 현실인 이 세계에서 왜 뿔뿔이 흩어져 패배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어디까지 게임 설정이 여기에 반영되고 있는 거야?
마신왕과의 싸움이 게임에서 일어난 일로 이곳의 역사에 반영된 건가?
아니면 이쪽에서 독자적으로 일어난 일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모르겠다. 원래 게임의 설정이 반영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도대체 무슨 인과 관계가 성립하고 있는 건지, 이 세계와 『 엑스 게이트 온라인 』은.
닮았을 뿐인 다른세계, 로는 설명이 되지 않겠지.
「……루파스님?」
「아, 미안하다. 조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디나여, 괜찮다면 여가 떠난 후의 세계의 일을 가르쳐주려무나.」
「네, 물론이죠! 루파스님께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물어봐 주세요!」
나의 말에 디나는 웃는 얼굴로 근심 없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차, 착한 애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나의 안식처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우선 하나,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귀여운 여자아이는 세계의 재산이다.
남자라면 지키려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
「먼저 루파스님을 쓰러뜨린 가증스러운 영웅들은 그 후에 영웅이라 불리며 각각 나라를 세웠습니다.
또한, 4명은 이미 수명이 다해 타계하였습니다만 3명은 장수하여 아직도 존명하고 있습니다.」
7영웅이라는 것은 아마『 엑스 게이트 온라인 』내에서 나와 같이 고레벨 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던 7명의 플레이어겠지.
각각 다양한 클래스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한 가지의 재능에 특화되어 몇 번이나 함께 보스를 사냥하기도 한 전 세력원들이다.
……그들은 무엇이었을까.
나와 같은 플레이어인걸까?
아니면 다른 것인걸까?
물론 전자였으면 좋겠지만 직접 만나지 않으면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일단 이 3명을 만나는 것을 이 세계를 여행할 목적의 하나로 넣어둘까.
「12성천은 모두 건재합니다.
다만, 루파스님께서 패배한 뒤에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행방을 알 수 있었던 건 6인뿐이에요.
그중 2명은 루파스님을 쓰러뜨린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신왕에게 가담했습니다.」
12성천……NPC, 이른바 테이밍몬스터이다.
내가 끝을 본 직업 중 하나인 몬스터 테이머라는 것이 있어서 쓰러뜨린 몬스터를 일정 확률로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군이 될 때에는 데이터 수정이 되어 아군용 데이터가 되지만.
스스로 싸울 힘이 거의 없는 몬스터 테이머에겐 얼마나 강한 몬스터를 끌어들일지는 사활이 달린 문제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운이 좋았다.
공식 행사의 한 번만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와 거의 출현하지 않는 레어 몬스터.
아군이 될 확률이 극히 낮은 고레벨의 몬스터 등을 아군으로 만들며 흥분한 나는 특히 강력한 12마리에게 루파스 직속 장군이라는 12성천이란 중2병스러운 칭호를 붙인 것이다.
대 보스에게는, 그것을 섬기는 사천왕 같은 무언가가 있는 편이 더 멋지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뭐, 사실은 몬스터 이외에도 섞여있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마신왕에, 인가…….
이런 이런, 여가 부족한 탓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나 몹시 꼴사나운 짓을 하고 있는구나.
이거 하루빨리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겠어.」
여행 목적을 하나 추가해야겠다.
12성천을 모으고 바보 같은 일을 하는 놈이 있으면 책임지고 회수하자.
녀석들이 이 세계에서 민폐를 끼치고 있다니 속이 쓰리다.
이건 패서라도 그만두게 할 필요가 있겠지.
「흠……디나여, 생존한 3명의 영웅이 있는 장소와 그대가 알고 있는 12성천의 위치도 지도에 표시해주지 않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일단 영웅 세 명의 속내가 나와 동향인지 알 필요가 있다.
12성천이 바보짓을 하고 있다면 말리고, 이 탑으로 돌려보낸다.
당분간 이를 행동지침으로하고 여행을 한다.
……아아, 맞다.
그리고 돈이다.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급한 사정도 있다.
뭔가 돈을 벌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다 됐습니다. 루파스님, 지도에 표시했으니 확인해주세요.」
「음.」
디나에게서 쪽지를 받고 지도를 본다.
먼저 영웅 쪽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은 북쪽으로 1400km 떨어져 있는 스발린국이다.
그리고 스발린국에 인접한 화산 기슭에는 12성천의 하나인『 양자리 』의 아리에스가 성을 부수고 침략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양은 뭘 하고 있는 거냐.
아무튼 첫 번째 목적지는 여기가 좋을 것 같다.
이 바보 양을 멈추지 않으면 내 위에 구멍이 날 것이 분명하다.
하……앞길이 어둡네.
하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도 사실.
자 그러면, 우선 생활비를 버는 것부터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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