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동료가 늘었다. 다음 여행으로
수십 분이 지난 끝에 비로소 아리에스가 울음을 그쳤다.
아직도 슬프게 말하고는 있지만 나름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다.
우선 이것으로 아리에스는 야생 상태에서 다시 내 소유의 마물이 된 셈이니 스탯을 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우선해야 할 것은 능력치의 확인이다.
【12성천 아리에스】
레벨 800
종족 : 무지갯빛 양
속성 : 불
HP 75000
SP 7600
STR(공격력) 4100
DEX(기용도) 4000
VIT(생명력) 4050
INT(지력) 4300
AGI(기민함) 4170
MND(정신력) 4294
LUK(행운) 4180
음……내 기억보다 약간 스탯이 오른 것 같은데?.
확실히 아리에스의 HP는 68000 이었는데 분명히 증가되어 있다.
이 녀석은 나름대로 200년 노력하고 있었다는 건가.
그건 그렇고 평범한 능력치다.
음, 능력치가 부족하다고 잔재주를 배우게 한 건 나지만.
그리고 이것도 꽤 도핑으로 올린 것이며, 도핑이 없었다면 이 녀석의 능력치는 기껏해야 1000 ~ 1500 이다.
이 녀석 원래 전투용이 아니라 생산용 몬스터니까.
본디 이 녀석은 싸움을 시키지 않고 털만 생산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며, 그것을 무리하게 강하게 만들고 싸우게 한 내가 이상한 것이다.
「자, 진정되었느냐 아리에스.」
「ㄴ, 네.」
코를 붉히며 울상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 얼굴은 어디를 봐도 남자애로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여자 같은 남자애 속성은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돌아온 디나는 노골적인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오크를 멸시하던 그녀지만, 이런 외모는 꽤나 취향 저격이었던 것 같다.
점점 이 녀석의 취향을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혹시 나를 위해 부지런하게 시중든 것도 단순히 외모가 취향이라든지,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
「자세히 말하는 것은 서투니, 간결하게 말하겠다.
여는 현재 12성천을 여의 수중으로 되돌리는 여행을 하는 중이며 그대가 첫 번째이다.
아무 말 말고 여를 따라와라, 이의는 허락하지 않는다.」
「네! 기꺼이!」
처음엔, 12성천을 모아 탑에 보내려 했지만, 역시나 여기서는 거리가 꽤 있다.
랄까 이 녀석을 혼자 보낸다면 왠지 미아가 될 것 같아 두렵다.
지원으로서는 우수하니 데리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여 내린 동행 명령이다.
뭐 아리에스도 기뻐하는 것 같고, 아무래도 이 선택은 정답 같다.
「다시 같이 힘내요, 루파스님!
그리고……거기 낯선 사람도 잘 부탁드립니다!」
「!?」
디나가 충격받은 듯 굳어졌다.
아, 응. 그거야 낯선 사람 취급 당하면 당연히 굳어지지.
나도 1화에 디나에게 『 너 누구냐? 』라고 물었지만 아리에스도 나와 마찬가지로 디나를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디나는 곧바로 다시 움직여 아리에스와 눈높이를 맞추고,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아니, 잘 보니 이마에는 핏줄이 바짝 서 있었다.
「아리에스님? 정말 제가 기억이 나지 않으신가요?
정말로?
저, 계속 저 탑에 있었는데요?」
「네? 있으셨어요?」
「이봐요, 잘 기억해보세요. 언제나 탑에서 루파스님의 곁에 있었다구요.」
디나의 말에 아리에스는 무얼 생각하는 듯이 먼 산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아!」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혹시요, 항상 배경과 동화한 듯 존재감 없던 사람!」
「너무해!?」
디나는 다시금 충격을 받고 그리고 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 응, 어쩔 수 없는 거야 디나.
라고 해도 게임에서 너는 문자 그대로 배경이었으니까.
대사도 역할도 능력도 없었으니, 이 세계에서 그대로 행동했다면 그거, 누구 하나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놀랐습니다! 저기에서 이동이 가능하셨던 거군요!」
「저는 허수아비인가 뭔가인가요!?」
「그나저나 대화가 가능했네요!」
「루파스님! 얘 귀여운 얼굴을 하고 거리낌 없이 독설을 내뿜고 있는데요!?」
불쌍한 디나. 200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유능함과 떠들썩함을 발휘하고 있었다면 이런 대접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왜 이 녀석은 배경화하고 있었던 거지.
혹시, 옛날에는 점잖고 개성을 주장 안 하는 녀석이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녀석 또한 200년 동안 바뀐 한 명이라는 말이 되는데……조금 많이 바뀐 것 같다.
일단은 역시 불쌍하니까 슬슬 거들어줄까.
「아리에스. 디나는 여가 이 세계로 돌아온 뒤부터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너무 그렇게 괴롭히지 말아주었으면 하는구나.」
「에? 그런, 괴롭히다니 그런 당치도 않는……!
저는 그저 생각했던 것을…….」
「쓸데없이 심하시네요!」
아, 역시. 아리에스는 좋던 나쁘던 솔직한 것인가.
이거, 디나가 애 좀 먹겠는걸.
*
「ㅡ그런 것으로 아리에스는 무사히 회수했다.
하는 김에 7요의 마르스라는 것도 이래저래 귀찮게 하기에 때려눕혔다.
안심해라.」
「…………우리들의 수년간의 고생은 도대체…….」
아리에스를 회수한 뒤, 나는 다시 귀족구의 메그레즈 집을 찾았다.
보초를 어떻게 설득할까 생각했지만, 이전에 왔을 때 나는 통과시키라고 메그레즈가 전한 듯 안면 통과(얼굴을 내밀지 않았지만)가 가능했던 것은 기쁜 일이었다.
아리에스에 관해서는 본래의 모습과 인간 형태의 인상이 너무 달라서 보초가 언급할 일은 일절 없었다.
그 100m 거대 양이 이런 연약한 외모의 소년이라고 누가 알아보겠는가.
이런 외모를 에디트 한 것은 나지만.
「마물들은 어떻게 했지?」
「전부 여의 산하에 넣어 두었다. 함부로 사람을 덮치지 말라고 일렀으니, 그대 쪽에서 공격을 감행하지 않는 한 문제가 일어날 일은 없다.」
「그 성의 마물은 수백 이상 있었을 터인데……패왕의 통솔력은 200년이 지나도 뒤떨어지지 않는 건가.
무서운 것이로군.」
아, 죄송함다. 아마도 꽤나 뒤떨어졌을 겁니다.
랄까 속도 다르고.
같은 발언은 하지 않고 나는 일단 자신 있는 듯이 웃으며 그 자리를 얼버무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물론 12성천을 모두 수중에 되돌린다. 다음은…….」
다음은……어디였더라?.
나는 이 시대의 지리 같은 건 전혀 모르고.
게임과 같은 도시 등이 있으면 이해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나라가 망하고 그 후엔 영웅들이 건국했기 때문에 무엇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디나를 바라보며 설명을 넘겨주었다.
「다음 목적지는『 흑익의 왕묘 』입니다.
거리는 이곳에서 약 500㎞ 지점에 있습니다.『 천칭자리 』의 리브라가 수호하고 있죠.」
「……이름이 어째, 여의 무덤 같다만.」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루파스님의 무덤입니다.
완성은 지금보다 190년 전. 루파스님을 따르던 자들이 10년에 걸쳐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건축물로 전부 108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형의 금자탑입니다.
최상층에는 루파스님이 생전에 사용하셨던 장비품이나 무기, 재보가 보관되어있으며 이를 12성천 중 한 명인 리브라가 190년간 쉬지 않고 수호하고 있다구요.」
「호오, 리브라 녀석이 말이냐.」
12성천,『 천칭자리 』의 리브라.
아마 엑스 게이트 온라인에서 최강에 위치하고 있던 골렘일 것이다.
그 소재의 베이스는 공식 이벤트 보스를 격파하여 입수한 게임 내에서도 두 개밖에 없는『 선정의 천칭 』.
거기에 그것을 연금술사 레벨 200의 미자르(과금 중독자)에게 양도하여, 대신 만들어 달라고 해 레벨을 올렸다.
소재에 따라 최대 레벨이 변한다는 것은 이전에 말했지만,『 선정의 천칭 』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 레벨은 1000.
그리고 연금술사 레벨이 200인 미자르이 골렘을 만들 때의 계산식은「1000 / 2 + 200」으로 레벨 700의 골렘을 만들 수가 있었다.
(골렘은 아이템 취급이니까 거래가 가능하다)
또한 거기에 수량 한정의 레어 아이템『 오리할콘 』(과금 아이템)ㅡ 효과는 골렘 제작 시 최종 레벨을 랜덤으로 10% ~ 30% 증가시킴ㅡ 을 박아 넣어, 운 좋게 +30%가 되어 레벨에 +210 이 된 것이다.
즉, 리브라는 골렘이면서도 910레벨을 자랑하며, 나와 미자르의 공동 제작으로 만들어진 이름하여 슈퍼 골렘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인 것이다.
뭐, 여기에 관해서라면 역시『 주인보다 강하게는 안돼 』의 룰은 제대로 적용되고 있었으므로 약한 플레이어에게 주면 굉장히 평범해지는 것이지만, 1000레벨인 나였기에 문제는 아니었다.
참고로, 공격만을 말한다면 아마도 12성천 최강……이라고 할까 어쩌면 나보다 강할 것이다.
그것도 그런것이 전에 말한『 선정의 천칭 』을 입수할 때 싸운 보스 캐릭터『 여신의 천칭 』의 고유 스킬이 그대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 여신의 천칭 』이라는 것이 아로비나스와 연결된 신역(초고난이도 던전)의 문지기를 맡고 있었고ㅡ 그렇기에 도전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그만한 강함이 요구되었다.
약자를 문답무용으로 떨게 만드는 공포의 문지기. 그 필살기는『 브라키움 』.
효과는ㅡ 방어 스킬 무시, 절대 명중, 99999의 광역 고정 데미지.
당연하지만 평범하게 키운 캐릭터라면 절대로 버틸 수 없는 스킬이다.
스탯이 높은 천익족이나 흡혈귀라 하여도 일반적으로 1000레벨인 것을 감안해도 그 HP는 기껏해야 7만 안팎이다.
즉, 상대가 도핑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밸런스 파괴 스킬이며, 상위 플레이어 이외에는 이 스킬로 사정없이 나가떨어졌다.
그 덕에 후위 지원이 특기인 HP가 낮은 메그레즈도 날아가 버렸다.
이것을 넘어설 수 없다면 여신을 만날 자격이 없다 라고 말하는 듯한 무자비한 스킬이었던 것이다.
이 무자비한 문지기를 쓰러뜨리고, 난이도가 미친 던전을 클리어하고 여신을 만나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 이 이벤트의 목적이였었나.
그리고 골렘이 되어서도 이 괴랄한 스킬은 어떻게든 남아있었다.
역시나 보스 캐릭터 때처럼 전투가 시작될 때마다 몇 번이든 발사한다는 그런 괴상한 것이 아리나 24시간에 한 번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약화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것은 위험한 것이다.
전투 개시와 동시에『 선제공격 』인 이 스킬로 기선을 잡았는데, 이 스킬을 처음 시전하는 모습을 봤던 아군들 또한 전율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문제는……AI의 사고가 안 좋은 것인지, 이 스킬을 시전하려는 상태가 되면 잡몹 같은 상대라도 간파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요한 때에 시전이 되지 않아서 곤란했었다.
뭐, 이 명백한 밸런스 붕괴기에 관해서는 운영의 밸런스 조정 미스라고 많이 듣던 일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다음에 업데이트가 있다면 수정되겠지만, 결국 그러기 전에 그 마지막 결전이 일어났고, 그리고 나는 이쪽의 세계로 오고 말았다.
그 녀석이 문지기인가…….
무덤 털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있다면 불쌍한 녀석들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세계에서는 레비아 정도밖에 돌파할 수 밖에 없겠지, 그거.
「리브라의 소문은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최상층에 접근하는 자를 문답무용으로 배제하는 살육기구로 변한 것 같은데 말야.
대화를 시도한 사람도 있다는 듯한데, 전혀 대화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하더군.」
메그레즈가 곤란한 듯이 말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나로서는 아리에스처럼 날뛰지 않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지만, 메그레즈에게 있어서는 다르려나.
「그렇다면 방치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그렇게까지 해서 여의 무덤을 털고 싶은 이유라도 있는 건가?」
「있으니까 곤란한 거다.
200년 동안 쇠퇴한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무기나 도구도 연금술사의 전체적인 질의 저하로 인해 쇠퇴하고 있으니까.
특히 전설급의 마검과 갑옷 등은 대부분 마신왕과의 결전에서 사라졌고, 현존하는 것은 너의 무덤에 들어있는 것들 뿐이란 얘기다.」
전설급의 무기, 라는 것은 아마도 플레이어가 합성할 수 없는 레어 드랍 무기겠지.
특히 공식 이벤트의 아이템이나 무기 같은 것은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으니까 엄청나게 귀중한 것이다.
「즉, 마신족에게 몰리고 있는 인류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던질 정도로 원하는 것들이다.
무덤 털이가 합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보관하고 있는 수많은 무기는 인류를 구원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골렘이 있는 한, 아무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뭐, 99999의 고정 데미지에 관통까지 겸한 괴랄한 스킬이니까.
어디까지나 연속 시전을 할 수 없다는 약점은 있지만, 지금 이 시대에선 최상층까지 도달하는 것도 목숨을 거는 일일 테고.
거기에 전체 즉사 데미지를 받는다니 정말로 할 맛 안 나겠다.
「음……여로서는 리브라를 탓하고 싶지 않다만.
확실히 인류에게 있어서는 곤란한 녀석일테지, 하지만 여의 입장에서 본다면 돌아오기 전까지 사재를 지켜주었던 충신이다. 칭찬을 할망정 꾸짖을 도리는 없다.」
「알고는 있다. 다만 가능하다면 리브라를 회수한 후에, 네가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들만이라도 좋으니 무덤에 남겨주었으면 한다.
염치없는 부탁이란 건 잘 알고 있다.」
「……뭐, 그것뿐이라면 괜찮다만.」
무덤 털이를 인정하는 생존 중인 무덤 주인이라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이다.
일단 다음 목적지는 결정됐다.
190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는 리브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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